이야기의 힘을 다시 믿게 된 건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라는 책을 쓴 분이 하신 인터뷰 때문이다. 그분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로 다시 일궈낸 분 같았다. 돌봄노동을 그렇게 즐겁고 기쁘게 이야기하는 분을 처음 봤다. 아프고 무력한 순간이 민폐로만 취급되지 않는다는 게 구원받는 느낌이었다. 그분께 감사하는 만큼 나도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끌어내서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한 내 삶을 긍정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그분이 출연한 인터뷰에 나온 대로, 요양보호사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도 생각했다.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사람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사람은 없을 지라도, 최소한 이들이 자신의 일이 의미가 있다고 상호작용하는 게 가능한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최저임금을 받고, 적은 숫자의 요양보호사가 너무 많은 인원을 케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요양보호사는 사람들이 나이들어 죽기 전에 간 요양원의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지 않나. 이 문제는 지금 현역으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정부의 세금을 착복한다는 요양원의 비리는 제도적으로 막을 수 없을까?
인간의 조건을 함께 읽기로 했다. 예전에 읽을 때는 아렌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언급한 대목 하나하나 어디서 가져왔고 그게 원래는 어떤 맥락이 있고 아렌트는 어떤 맥락에서 사용하려 이걸 가져왔는지 찾다가 중단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읽게 되면 아마 시간이 없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자급 노동을 하려는 건 하는 일에 연결된 누군가의 희생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자괴감을 덜 느끼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자급 노동을 하면서 쓰는 시간을 보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백수가 될 것이라 고백하는 일은 내가 이 사회에서 아직 인간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잘 아끼면서 버틸 수 있을때까지는 돈을 벌고 싶다. 당장 백수가 되면 내가 마음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돈이라는 매개도 전달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은 백수야말로 환경보호를 앞장서서 하는 사람이 아니냐고 했다. 백수라는 이유로 소비를 덜하고 교통도 거의 이용안하고. 걸어다니니까.. 그러나 기부금을 끊기는 싫고, 경력도 단절되는 게 두려우니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아서, 일을 구할 것이다. 매주 이야기를 몇천 자씩 써서 글 공모를 해보려고 했는데, 일 구하는 데 집중할 시간도 모자라서 포기했다. 이야기를 쓰지 않더라도 일기는 계속 쓸 것 같다.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이것도 다른 스터디에서 함께 읽기로 했다. 기후정의가 중요하다고 모였는데 도대체 다들 기후정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해서... 얼씨구나 좋다 나도 모르니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어 신났다. 먼저 책 한 권이라도 읽은 분이 추천해주신 책을 읽기로 했다. 읽다 보면 뭔가 축적되겠지 싶다. 브루노 라투르 책을 장바구니에 내내 넣어놓고 이제서야 스터디 한다 하니까 주섬주섬 같이 읽자고 링크를 보냈다.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이랑 빈곤 과정도 같이 읽자고 하고 싶었는데,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만 언급하고 말았다. 다들 너무 바빠서 뭐라 말하기도 그랬다. 지난달에 빈곤 과정 새벽책스터디 하려고 했는데 사람을 구하는 데 실패했다. 당분간은 아마 새벽책 스터디는 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일단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을 읽고 나서 나도 사람들과 함께 인터뷰를 모으는 걸 목표로 삼았다. 이게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가늠이 어렵다. 남에게 맡겨버리는 정치 말고, 직접 목소리를 내고 그게 어떤 방식으로든 가시화된다는 게 어떤 반향이 있을지 가늠할 만한 지식이 없다. 민주주의라는 책에 실린 예시에선 직접민주주의 형식으로 의사결정을 한 거랑 엘리트가 의사결정을 한 거랑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고는 하는데, 지금은 눈앞의 밥그릇만 쳐다보는 정치인 엘리트가 더 많아보여서... 할 수 있는 말이 있는 건 할 수 있는 말을 배운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뭐라도 시도해보고 싶었다. 기후 위기를 겪는 사람들의 말을 모으고 싶었다. 말을 하는 사람 앞에서, 듣는 사람이 있는 게 중요할 것 같았다.
기후 위기 때문에 농사에 실패하고 사람이 죽어도, 석탄화력발전으로 돈을 번 삼척블루파워는 회사채1300억을 내놓았다고 했다. 전혀 팔리지 않을 줄 알았건만 개인투자자에게 50억을 팔아치웠다는데, 화가 났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얻은 부는 그대로 두고 책임을 민간투자자에게 미루는 것처럼 보였다. 이걸 또 얼마나 끼워팔기로 내놓을지 상상하면... 이건 민간의 부를 빼앗는 일이지만, 자산조차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많이 지워져 있을지? 말로 표현되지 않은 그림자 속에 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곳을 계속 살피고 싶었다. 나도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깻잎 투쟁기는 얇으니까 2/5일까지 재빨리 읽을 예정이다. 읽으려고 다짐한 지가 두어 달은 된 것 같다.
토베 디틀레우센 코펜하겐 3부작은 계속 1권만 다시 읽고 다시 읽고 하고 있다. 이 사람이 정말 얼마나 우울한지 느껴져서 집중하는 게 어렵지만 번역된 문장이 너무 아름답고, 감정의 맥락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1권을 맴돌고 있다. 이것도 일요일 내로 다 읽... 일요일에 다 못 읽으면 이달 안에 읽는 건 포기하는 걸로..
마틴에덴 이것도 문장이 예뻐서 읽는 걸 계속 미루고 있다. 한 번 읽을 때 몰입해서 읽고 싶다. 대충 읽는 게 너무 아깝다. 아마 이건... 이달안에 못 읽지 않을까. 일요일에 해야 할 일도 많은 데 책 5권을 다 읽는 건 무리일 것 같다.
나머지 책은 2월에 못 읽는다. 아마 2월에는 배수아 작별들 순간들 조금 건드리다 말 것 같다. 소개글에서 좋아한 문장은 이것이다. ...
상실을 겪거나 배반당하거나 어리석은 결정을 내려 수치스러울 때면 나는 책상으로 가서 읽거나 쓰면서 마음을 달랠 것이다. 삶을 바꾸고 싶을 때, 다른 삶을 간절히 원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언젠가, 한 시간쯤 뒤에 혹은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반드시 기분이 다시 좋아질 것이다. 나는 빛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섬을 갖는다. 하나의 오두막을, 하나의 정원을 갖는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평화를 느낀다. 물이 나를 들어올리듯이 그것이 나를 들어올리고 있음을 느낀다. p110-p111
이외에는 인간의 조건과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이 두 권만 남은 시간에 조금씩 읽지 않을까 싶다. 베르그송 농담은 언제부터 읽고 싶어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밀란 쿤데라도 농담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었는데 아직 못 읽었다. 그때 왜 농담을 읽으려고 했더라? 소설에 도저히 농담을 넣기가 어려워서? 어떤 작가는 우울하고 끝없이 무의미한 이야기를 웃기게 쓰는데 나는 왜 자꾸 우울한 이야기를 힘주고 쓰나 자괴감 들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이 책만 읽을 시간이 필요해서 못 읽었다. 인물이 하는 행동의 맥락을 좇아가는 데 힘이 많이 들었다. 올해 내에는 읽을 시간을 낼 것이다.
좌파의 길은 자본주의도 잘 몰라서 읽고 싶었다. 자본 첫권을 과거에 구매했지만 다른 일로 의지력을 모두 소모하고 나면 읽을 여력이 남지 않아서 아직 못 읽었다. 그래도 지금은 공부를 더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얼마나 진정성을 가졌는지 스스로 의심이 들지만.
쿼런틴도 읽고 싶다. 쿼런틴은 누가 밑줄그은 문장들을 읽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밑줄긋기에 나온 사유가, 이전에 이야기로 만들어보고 싶다 여겼던 사유와 닮아보였기 떄문이다. 사유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걸 이야기로 만드는 건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심지어 재미있다고 하니... SF를 많이 안 읽어서 이런 작품이 있는지 몰랐다. 올해 안에는 꼭 읽어야지 싶다. SF로 잘 알려진 작가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고 싶다. 필립 k 딕도 읽고, 할란 엘리슨도 읽고 해야 하는데. 그나마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로저젤라즈니도 아직 다 읽지 못했다. 밀란 쿤데라도 전집이 다 재밌지는 않겠지만 읽었던 몇 개는 재미있었으니 한번 다 전집을 읽어보려고 했는데 이것도 계속 미뤘고. 카뮈 시지프신화, 페스트도 추천받은 지가 몇 년인데 이인 말고는 안 읽었다.
실비아 플라스도 읽고 싶고. 페터 한트케 시 없는 삶도 읽어야 하고. 읻다 시인선 10권 이후 나온 책들도 아직 안 샀고. 코스모스 읽고 다시 되팔려고 했는데. 산 책보다 역시 살 책이 더 많고 안 읽은 책은 더 많다.
읻다, 워크룸프레스, 글항아리, 두 번째 테제가 내는 책은 계속 따라가면서 확인하고 싶었고, 두 번째 테제 책을 우선 리스트에 올렸다.
기후 위기 시대에 책 산업이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내 경제력으론 책을 사고 보관하는 걸 감당할 수 없는데, 출판사가 계속 좋은 책을 내주기를 바라고 있어서 죄송하다. 도서관이 잘 정비되면 좋겠다. 빌려보고, 더 오래 읽고 싶은 책을 조금씩이라도 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