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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0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평점 :

서부의 셰익스피어, 코맥 매카시의 탄생을 알린 아름답고 잔혹한 서부의 묵시록 국경 삼부작’ 그 두 번째 작품. 저주받은 모험은 삶을 그때와 지금으로 영원히 가른다.

얼마 후 동쪽이 잿빛이 되었고, 얼마 후 하느님이 창조한 얼마 후 태양이 다시 한번 떠올라 아무런 차별 없이 만물을 비추었다. 1965년 등단한 매카시는 20년 넘게 비평가들에게만 인정받았을 뿐 대중에게서는 사랑받지 못하는 긴 무명의 시간을 보내다 <핏빛 자오선>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하여 <모두 다 예쁜 말들>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저는 오래전 <로드>를 통해 알게 된 작가입니다. 좋은 기회가 되어 구입하게 된 <국경을 넘어>는 늑대에 대한 편견과 경제적 이득 때문에 늑대를 박멸시킨 미국에 늑대 한 마리가 건너오면서 시작됩니다. 늑대를 사로잡은 카우보이소년 빌리는 늑대와 교감을 하며 늑대를 죽이는 대신 멕시코로 되돌려 보내려고 긴 여행을 떠나지만 잔혹한 세상 앞에 부딪히고 맙니다.
p.38 늑대는 108도 30분 자오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국경을 건너 1.5킬로미터 북쪽 옛 네이션스 도로를 건너 화이트워터 크릭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여 센투이스 산맥스로 들어왔다.
p.73 노인의 말처럼 늑대가 그토록 알 수 없는 존재인지 궁금했다. 늑대가 냄새 맡고 맛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궁금했다. 늑대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신선한 피는 그 자신의 비릿한 피와 어떻게 맛이 다를지 궁금했다. 또한 하느님의 피와는 어떻게 다를지도.
p. 401 세상의 빛은 사람의 눈 안에만 있고, 사실 세상은 영원한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어둠이 세상의 참된 본질이자 조건이고, 이러한 어둠 속에서 세상의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결합되어 돌아가지만 사실은 볼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세상은 인간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의 중심과 어둠과 비밀을 느끼지만, 세상의 본질은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태양을 응시할 수 있다 해서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p.552 세계에는 이름이 없지. 세로(언덕)와 시에라와 사막의 이름은 오직 지도상에만 존재해. 우리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이름을 붙이지. 하지만 우리는 이미 길을 잃었기 때문에 이름을 붙이는 거라네. 세계는 결코 잃을 수 없어. 우리가 바로 세계야. 이름과 좌표는 바로 우리 자신의 이름이기에 그걸로는 우리를 구할 수 없어. 우리의 길을 찾아 줄 수도 없고.
p.583 우리는 목격자를 찾지만 세상에 목격자란 없어. 그것이 세 번째 역사지. 저마다 살아남은 것으로 만들어 내는 역사. 파편 조각들, 뼈 몇 개, 죽은 자의 말, 이것으로 어떻게 세계을 만들까? 이렇게 만들어진 세계에서 어떻게 살까?
멕시코에서의 험난한 여정 사이에서 소년은 또 하나의 길 잃은 영혼들을 만난다. 쓰러져 가는 교회에서 사는 남자, 1913년 두랑고 전쟁 중에 눈을 잃은 오리헤네스 우밀데스(소박한 집안)의 눈먼 남자는 1913년 두랑고라는 도시에서 눈을 잃었다. 그리고 인디언과 집시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년에게 삶의 진실을 전한다.
매카시의 작품은 늘 가족을 죽이고,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빼앗고 이 작품또한 잔인했습니다. 소년은 늑대를 빼앗기고 늑대는 투견장에 보내지며 그곳에서 비참하게 죽어 가는 늑대의 모습을 견디지 못한 소년은 제 손으로 늑대에게 총을 쏘고야 마는 극단적 선택을 합니다. 늑대를 살려 보내기 위해 국경을 넘었던 소년은 이번에는 늑대의 시체와 함께 다시 국경을 넘어 집으로 돌아오지만 집엔 인디언의 침입으로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남동생만 살아남은 끔찍한 현장만이 소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여섯 살 소년은 세상이 이런거구나 라고 생각했겠지요. 점점 변화하는 심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빌리의 여정도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