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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슈 파랑
기 드 모파상 지음, 송설아 옮김 / 허밍프레스 / 2022년 10월
평점 :

앙리 르네 알베르 기 드 모파상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소설가로 에드거 앨런 포, 안톤 체호프, 오 헨리와 함께 손꼽히는 단편소설 작가입니다. 대표작 여자의 일생은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이 낳은 걸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입니다. 그 외에 작품 비곗덩어리,피에르와 장 등이 있고 목걸이의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300여편의 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의 작품은 무감동적인 문체로, 이상 성격 소유자, 염세주의적 인물이 많이 등장 합니다. 이번 무슈 파랑을 비롯하여 국내에 최초 공개되는 모파상의 이야기를 4편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플로베르의 친구의 조카이고, 프랑스 노르망디 사람인 기 드 모파상은, 참을성 있는 관찰과 문체의 힘을 가르쳐 준 프랑스의 문학의 거장이며 사실주의의 걸작으로 불리는 ‘보봐리 부인’의 작가인 플로베르 스승의 지도 아래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해군부에 이어 교육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모파상의 재능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단편에 나타나는 외설적인 묘사가 지나치게 자연주의적 경향으로 흐르고 있음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톨스토이도 여자의 일생 작품에 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파랑은 젊은 여인 앙리에트와 사랑에 빠져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었지만 그의 아내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거칠고 드센 여자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습관, 취미, 취향, 손짓을 포함한 행동, 펑퍼짐한 허릿살 하물며 온화한 목소리도 일거수일투족 잔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파랑에게 아들 조르쥬는 희망이었습니다.
‘만약 이 아이가 리무쟁을 닮았다면 ..... 그럴 리 없어!’ ---p.86
어린시절부터 늘 붙어다니고 지금까지도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폴 리무쟁을 증오하기 시작한 이유는 집안 일을 돌봐주는 줄리가 앙리에트와 폴 리무쟁과의 부적절한 사이를 파랑에게 이야기하고 처음엔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의심은 꼬리를 물고와 조르쥬가 리무쟁의 자식인게 아닌지까지 의심은 확대되어 갑니다. 파랑은 이 가정은 온전히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데요. 깨진 그릇의 조각을 다시 원래대로 붙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것은 파랑을 기만하고, 타락시키고, 그의 돈을 훔쳐 얻은 것에 불과했다! ---p.131
허밍프레스의 첫번째 출판 프로젝트로 기 드 모파상의 작품 중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보석같은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무슈 파랑은 어린 아들에게 누구보다 다정하고 헌신적인 아버지였고, 부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고 자상한 사람이었지만 믿었던 가까운 아내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해 유일한 희망이던 아들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합니다. 파랑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고립되고 무기력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조르쥬에 대한 애절한 부성애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회상장면 등 파랑의 안타까움은 지난 5년 결혼생활의 기억 속에서 수상했던 장면들이 그의 심장을 찌를 듯 아파 옵니다.
모파상의 여느 작품들과 같이 주인공 파랑의 처절한 분노, 슬픔까지도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세련되게 표현하였고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면면과 감정 변화를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카페에서 바라본 흰 피부에 에너지가 넘쳐 보이던 청년 조르쥬를 발견한 파랑의 장면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셋은 교외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즐기는 행복한 가족처럼 보였습니다. 이렇듯 흔한 스토리가 주는 모파상의 문체는 평범한것 같지만 파랑의 감정의 변화를 극적으로 이끌어 내며 글의 기대감을 가져오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비극적인 삶의 주인공에게 파랑이라는 이름도 주었습니다. 우리는 단편을 통해 1880년대 문학 속 현실에서 지금 현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