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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ㅣ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평점 :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릴적 듣던 옛날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많습니다.
할머니는 릴리에게 말합니다. 호랑이가 무언가를 원할 때는 벗어나기 힘든 법. 그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으냐고? 도망가야 한다. 호랑이와 대화하면 안된다. 절대로 호랑이 말을 ‘들어’보지도 말고. 호랑이에게 떡을 던져 주의를 돌리고 호랑이가 그 떡을 모두 삼키는 사이, 도망가라고 했습니다.
릴리의 할머니는 고통스러운 과거, 즉 ‘나쁜 이야기’를 호랑이들에게서 훔친 뒤 오랫동안 유리단지 속에 꽁꽁 숨겨 놓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릴리 앞에 나타난 ‘마법 호랑이’가 그 이야기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호랑이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나, 평생 내 심장 숨기려고 너무 많이 시간 쓰고 힘 썼어. 나 호랑이도 무서웠는데 내 속에 있는 호랑이 더 무서웠어. 내 말 숨겨야지 생각했어, 영어 잘 못하니까. 그리고 내 마음도 숨겨야지 생각했어, 너무 많은 거 느끼니까. 그리고 내 이야기도 숨겨야지 생각했어, 말하면 나 영원히 그 이야기 같을까 봐.”할머니가 얕은 숨을 쉰다.“그런데 내 이야기 꼭꼭 숨기니까 그 이야기가 날 잡아먹었어. 그래서 사랑 안 보였어. 내 주위에 사랑이 가득한데.” --- pp.306~307
나는 노력했다. 우리 가족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를 파고들었다. 나는 식민 지배와 핍박에 관해, 숨겨진 언어와 잊힌 이야기들에 관해, 일본군 ‘위안부’와 강요된 침묵에 관하여 읽었다. 하지만 그 어두운 역사 속에서 나는 강인함을 발견했다. 한국인은, 특히 한국 여성은 맹렬하고 쉬이 스러지지 않는 사람들이었으며, 그 역사를 배워 가면서 나는 할머니와 나 자신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 p.327 「저자의 말」 중에서
“네 할머니가 가둬 둔 이야기를 릴리 네가 풀어 주면 할머니의 병환은 나아질 거야. 그 별들이 계속 갇혀 있으면 할머니가 아프고 말이야. 그 별들이 네 할머니를 집어삼킬 거야.” 릴리는 무섭고 두려웠지만 투명인간이라는 초능력을 갖고 할머니가 숨겨 둔 단지 속에 갇혀 있던 이야기를 하나씩 호랑이에게 풀어놓습니다. 릴리와 샘언니는 호랑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건강하게 할머니를 낫게 할 수 있을까요? 릴리는 온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작가는 이 책이 강인한 한국 여성들을 위해 썼다고 합니다. 어디에선가 지금도 고국을 떠나 새로운 삶을 용감히 개척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할머니, 우리의 어머니들은 모두 용맹한 호랑이의 후예들이라고 생각 합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