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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이성아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밤이여 오라 - 제9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 /은행나무/이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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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 해, 세상 빛 잠깐 보고 어둠으로 돌아간 어린 영혼들도 있었다. 엄마 뱃속에서 미처 나오지 못한 채 스러져간 영혼들은 또 얼마나 될 것인가, 어섯 살, 일곱 살 나이에 ooo 의子 로 이름조차 없는 이 아이들은 그들의 이름을 불러줄 이들이 먼저 간 탓이리라. 기억해줄 이조차 없는 탓이리라. 제주4.3 평화공원 각명비 앞에서 저자는 말문이 막힌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제주4·3평화문학상이 제9회를 맞아 3년 만에 장편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이성아 장편소설 밤이여 오라가 수상 되었습니다. 다소 어둡고 무거운 소설임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역사 앞에 우리는 한번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국가폭력에 연루된 개인의 비극적 이야기와 그 폭력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을 사유해 보는 힘이 느껴집니다. 내전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과해온 발칸반도와 한국 현대사의 참혹한 사건인 제주4·3을 동시에 상기시키며 여전히 끝나지 않은 국가폭력에 대한 역사적 질문을 좀 더 폭넓은 문학적 시선으로 옮겨놓은 작품입니다.

싸늘한 이국의 밤거리에서 마주친 꽃시장에 넋을 빼앗기고 문득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들어 원색의 생화들의 사진을 여러 잘 찍게 되었는데 검은색 롱코트에 검은 스카프를 쓴 초로의 여인이 다가와 누구에게 허락받고 사진을 찍냐고 호통을 친뒤 살아졌습니다.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냐? 그건 언페어한 일이야.”라고 말이다. 꽃 사진을 찍는 것이 언페어한 일인가. 그런데 창피하고 무안하기 보다 오히려 속이 후련했다니 그녀는 주인공인 나에게서 무엇을 보았단 말인가. 나는 길위의 연인들-자그레비를 여러번 읽어봅니다.

마음을 연다는게 대화가 통한다는 게 무엇인지 비로서 알게 해주고 대책 없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던 말들, 도착하면 메일을 보낸다던 기표한테는 연락이 없었고 사흘 후 답장은 형이 안기부에 끌려갔다는 것이다. 1948년 제주도의 토벌군에게 내려진 명령은 “모조리 다 쓸어버려라”였다. 정치적인 문제에 항상 희생당하는 것은 죄없이 억울한 국민들이었습니다.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7년 7개월에 걸쳐 제주도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일제의 패망 이후 무장 반란한 남조선로동당 무장대와 미군정과 국군, 경찰 간의 충돌과 사건 발발 이후 서북청년단으로 대표되는 국가폭력 및 남북한의 이념갈등을 발단으로 이승만 정권과 미국 정부의 묵인하에 벌어진 초토화 작전 및 무장대의 학살로, 많은 주민이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건이다. 결론적으로 제주도민들을 상대로 각각의 정치 집단들이 모두 학살에 가담하거나 방관, 조장하여 그 누구도 책임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p.97 “우리는 너처럼 선량한 피해자들은 선처해줄 거야. 법에도 인정이라는 게 있거든. 넌, 현기표가 북한에 갔다 왔다는 것만 말해주면 돼.” 거짓 증언을 하라는 협박이었다.
현재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시민 학살 뒤로 손이 묶인채 불에 탄 시신 11구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앞세워 군사 작전을 하는 인간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참혹한 일입니다. 전쟁은 사람을 어느 정도 끔찍하게 만드는지 책을 통해 다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톰의 가족에게 최초의 비극은 내전에 끌려간 형의 전사 소식, 형의 유해보다 세르비아군이 더 먼저 마을에 도착하고 아버지가 죽임을 당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톰의 아버지도 형도 아닌 남편이 드리나강의 다리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죽은 후 그의 아내가 세르비아 군인들에게 윤간을 당해 태어난 아이가 톰이었습니다. 글을 읽는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톰의 끔찍한 가족사는 강간 캠프까지 만들어 무슬림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강간하고 수용소에 감금한다는 증언도 알게 되었습니다.
전쟁 트라우마로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던 가족,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정처 없이 떠도는 젊은 사람들, 자신이 보는 앞에서 총살 당한 아내를 평생 잊지 못하는 남편, 한순간에 평범한 유학생에서 간첩단사건의 일원으로 둔갑된 사람. 사회주의를 경험한 나라들이 자본주의화 되는 건 그 어느 자본주의 국가보다 빠르다. 특히 부패는 빛의 속도지. 소련의 위성도시들 대부분이 이념이나 체제가 바뀌었지만 정부 요직은 여전히 공산당 시절의 간부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어차피 부패 관리였던 그들은 사회주의보다 자본주의가 부정부패를 저지르기에 더 편리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천천히 노트북을 끌어당겨 자판에 손을 올립니다. 역시, 재심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현기표 씨의 재심에서 증언하겠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때의 법정과 지금의 법정이 달라 졌는가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