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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1
페터 한트케 지음, 윤시향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이별을 위한 긴 편지의 저자, 엘프리데 옐리네크에 이어 두번째로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작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파격적 형식과 내용으로 찬사와 비판을 넘나드는 문제적 작가 페터 한트케의 장편소설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환상과 현실이,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며 시작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던 주인공의 여정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실어증으로 인해 생겨나 그동안 쌓여 있기만 했던 또 다른 욕구마저 눈을 뜨거나, 폭발하거나, 터져나왔다. 이 욕구는 대체로 그의 내부보다는 대기 중에서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P.57
여기 죽은 자들가운데서 산 자를 찾는 걸 그만두세요! 당신은 그 실어상태를 떨쳐버려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당신의 무언이 오늘이라도 당장 당신을 죽일 거예요. ---P169
하룻밤 묵는 건 고사하고 지나는 길에 잠시 들르는 사람 하나 없는 탁스함은 변변한 호텔하나 없는 곳이니다. 숙소라는 말이 어둘릴 만한 공간은 작은 공간이나 대피소 마지막 피난처마저도 방없음이라는 안내표지가 걸린 곳입니다. 탁스함은 오늘날에야 비로소 심각하게 부딪히는 문제들이 애초부터 탁스함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에고독하고 건조한 일상을 보내는 탁스함의 약사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마치 로드 무비를 찍는 영화처럼 의문의 일격을 당한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 주인공이 집을 나서서 스텝 지역을 떠돌며 온갖 기이한 일을 겪은 끝에 마침내 말을 되찾고 집으로 돌아오기까지를 그린 독특한 소재의 작품입니다. 긴 이별을 위한 편지와 패널티킥 앞에선 골키퍼의 불안으로 알려진 피터 한트케의 작품입니다. 현실과 환상,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그로테스크한 여정에 사람의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모험을 떠나면서 주인공이 익명의 일인칭 화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화가 독자는 몽환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소설 뭐지 뭐지 하면서 읽은 작품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탁스하의 약사는 그의 아내와 한집에 살면서도 보이지 않는 금을 그어놓고 서로의 영역을 절대 침범하지 않고 독특한 부부생활을 보여주므로써 별거를 내세운 동거를 하는 모양입니다. 어느 여름날 갑자기 부인은 여행을 떠나고 남은 딸마저 남자친구와 휴가를 가버립니다. 주인공은 공항근처의 단골식당으로 가는 숲속에서 갑지기 누군가에게 머리에 일격의 타격을 받아 정신을 잃었습니다. 다행히 깨어나지만 그 충격에서일까 실어증에 걸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전부터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자동차를 타고 스페인으로 가는 길에 왕년에 유명한 스키선수를 동승시킨 후 계획도, 아무런 목적도 없는 여행도중에 그리고 한사람 늙은 시인도 사생아인 딸을 찾아 떠나게 되면서 이 세사람은 같이 동행을 합니다. 주인공은 군인과 중년 남자, 떠돌이 행상인, 수렵꾼등을 만나면서 다시 탁사함으로 돌아가게 될것인지 궁금했고 굉장히 신비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주인공은 소외로부터 적응되고 고통으로부터 행복한 순간으로 되돌아 가는지 그리고 느닷없는 폭력으로 인한 실어증은 극복되는지 저자 한트케는 이 모든 것들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데 중요한건 무엇인지 가장 근원적인 것에 대해 사유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