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와 달빛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8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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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방황의 시기에 더욱 소심해지고 겁이 많아지며, 가장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시절에 대한 회상이 영원히 남는 것은 방황하던 시절로 여행하는 것이 단지 시간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간은 언제 깨닫게 될까요? 여행자와 달빛은 이런 이야기입니다. 헝가리 작가 세르브 언털의 작품 여행자와 달빛은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 앞에 나타난 남편 미하이의 옛친구가 나타나면서 과거의 기억이 점점 되살아나면서 시작됩니다. 과연 그들에게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살면서 오래된 기억은 퇴색되게 마련이고 그 기억의 어느 부분은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만이 그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했던 과거, 오늘은 휴대폰으로 모든 장소, 사람, 물건, 음식 등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은 찰나의 순간을 찍어 간직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그날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뜨겁지만 어쩐지 자주 어두워졌던 청춘의 시절을 지나온 사람이라면 이 책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 벅찼지만 때론 암울했고 희망을 꿈꿨으나 현실에 절망하고 순응했던 그 때 익숙하지 않은 헝가리 소설은 근엄하고 엄중하게 독자의 문을 두드립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인 것이 아닌 도덕적인 것이었다 ...... . 미하이는 6개월 동안의 고통스러운 숙고 후, 벌써 1년 동안이나 사귀고 있던 에르지를 그 사람과 헤어지게 하고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P.93

 

 

이 책의 저자는 단 두편의 작품을 남기고 벌프에 있던 수용소에서 마흔 네살의 나이에 안타깝게 사망한 작가입니다. 세르브 언털은 1901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1945년의 짧은 생을 살다간 문학사가이자 번역가, 문학비평가, 고등학교 교사 , 대학 강사이었으나 명명할 수 없는 정체의 실질적인 권력을 헝가리의 극우주의자들이 접수하자 유대인 출신인 인세르브 언털은 강제 노동에 동원되어 사망했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니 않은 <팬드래건의 전설 >1934년 작품과 <여행자와 달빛>만을 남긴채 짧고 왕성한 활동을 해 헝가리 문학사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서서 다니는 동안은 얼마나 피곤한지 알아채지 못하며, 앉았을 때에만 그것을 안다는 점이다. ---P.119

 

에르지는 부유한 사업가인 졸탄과 이혼하고 젊은 나이에 미하이와 재혼하고 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곳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신혼여행을 떠납니다. 미하이는 중산층 가정에 사업하는 아버지 밑에서 교육을 받으며 자랐지만 이유없이 자주 환영을 겪으며 성장했습니다. 신혼여행지에서 소식을 듣고 찾아온 고등학교 시절 친구 세페트네키가 등장하면서 마음속에 묻어둔 학창시절의 향수를 느끼며 에버와 이후 수도사가 된 친구 에르빈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미하이가 수표와 여권을 챙기면서 아주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쩌면 서로 길이 어긋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거라고 예상한 장면에서 볼 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신혼여행지에서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 생깁니다. 기차에 잘못 오르게 되면서 아내 에르지와 헤어지고 이탈리아의 움브리아와 토스카나 지역을 혼자 여행하면서 죽음에 대한 유혹을 절실하게 느끼는데...

 

 

역자는 이 작품을 통해 노르웨이의 숲을 연상케 해주었다고 했습니다. 독자는 마음속 밑바닥에 깔려 있는 뭔가를 건드린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 스토리가 참 독특하다고 느꼈습니다. 작가의 많은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점도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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