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5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민음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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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 대공황은 1929년에 시작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중부에는 극심한 가뭄과 모래폭풍이 덮쳐 작품 <분노의 포도>는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뭄과 모래폭풍으로 인해 옥수수 농사를 망친 대부분의 농민들은 동부의 금융기관에 빚진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되어 삶의 터전인 농토를 헐값에 매각하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처지입니다. 동부의 금융기관들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농업을 기계화하기로 했기 때문인데 주인공 톰 조드의 가정도 같은 상황에 처합니다. 톰조드는 몇년전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형을 산 후에 가석방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에 목사였던 짐 케이시를 만나 고향의 좋지 않은 상황을 듣게 됩니다. 집에 돌아가 보니 집은 이미 허물어져있고 옥수수밭은 목화밭으로 변한 상태입니다. 돌아온 톰과 가족들은 의논 끝에 풍요로운 농토가 잔뜩 있다고 알려진 서부 캘리포이나로 향하기로 쉽지 않은 결정을 합니다. 가는 도중 조드 가족의 트럭이 고장나서 가족을 반으로 나눠 일부 가족이은 윌슨부부의 차를 타고 서부로 갈 것을 논의하지만 어머니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은 흩어져서는 안된다.고 어머니는 말합니다.

 

 

우린 계속 가고 싶은 곳으로 갈 거예요. 설사 기어가는 한이 있더라도.”---P.106

 

 

여기선 죄인들의 힘이 끔찍이도 강해요. 정말 끔찍한 곳에 오신 거예요. 사방에서 놈들의 사악함을 볼 수 있죠. 사악한 사람들이 사악한 일을 벌이고 있어요.어린양의 피를 받은 기독교인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죄인들이 사방에 있어요. ---P.181

 

 

분노의 포도라는 이 작품의 제목은 소설 속에서 단 한번 언급됩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간다.라는 문장입니다. 동부의 금융권에서 시작된 경제 대공황으로 인해 몇대째 평온하게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죄없이 그들의 삶의 터전에서 유린되어 떠돌게 되는데 떠도는 이주민들 뿐 아니라 그들이 흘러 들어간 서부의 원주민들 역시 커다란 고통을 받게 됩니다. 바로 노동력의 과잉공급 때문에 임금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쇄작용을 통해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가득 차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분노의 포도가 익어가는 이유는 다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의지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이주민들이나 서부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는 원주민들이나 각자 나름대로 살아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 해야만 하는 일은 의미가 있는 것이고 삶에 대한 의지와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분노의 포도가 익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사람들을 분노의 포도로 표현한 이유는 작은 포도 알갱이들이 모여 한 포도 송이를 구성하는 것처럼 작아 보이는 개개인의 분노가 모일 때 큰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목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되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작가 존 스타인백은 190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성경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문서적들을 탐독했고 이때의 독서경험이 그가 집필한 소설들의 주제나 플롯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하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던 가난한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시기에 많은 문학작품을 접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워갔습니다. 그러나 결국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대학을 중퇴 신문기자 생활을 하지만 지나치게 자유 분방한 글을 쓴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며 막노동도 시작합니다. 이후에 작가로 데뷔 뛰어난 작품들을 많이 남겨 1962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지주, 은행, 경찰의 노동자 탄압을 고발하며 발표당시 금서로 지정될 만큼 거센 반발을 가져왔던 작품 분노의 포도는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해 땅과 일자리의 존엄성에 대한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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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니츨러 작품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8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신동화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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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가브리엘에서 가브리엘은 자유분방한 여인 비쇼프와 사귀던 중 그녀가 자신의 지인 페르디난트와도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실의에 빠져 목숨을 끊습니다. 한편 가브리엘을 짝사랑한 이레네도 있습니다. 망자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세남녀가 우연히 만나면서 이들의 관계는 하룻밤 새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사흘 전부터 그는 사람이 가망 없는 사랑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 다른 사람들이 말이다.

--- p.28, 죽은 가브리엘중에서

 

 

극작가로 소설가로도 두루 이름을 알린 슈니츨러의 작품은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신비로운 여자들 그들 때문에 좋은 사람이 목숨을 끊은 여자들의 이야기까지 죽은 가브리엘, 독신남의 죽음, 레데곤다의 일기: 슈니츨러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을 위한, 반전이 돋보이는 단편 세 작품과 상류 시민계급의 위선을 들춰내 논란의 중심에 선 작품 엘제 양에서는 열아홉 여성 엘제양이 거액의 빚 때문에 감옥에 가야 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돈이 필요합니다. 그러던 중 무도한 미술품상 도르스데이에게서 위험한 제안을 받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는데 엘제의 부모마저 딸을 이용하여 황당 하지만 금전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서 엘제와 미술품상 사이에 돈과 성을 두고 협상과 거래가 시작됩니다. 마지막 작품 꿈의 노벨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 아이즈 와이드 셧원작 소설입니다.

 

빈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슈니츨러의 슈니츨러 작품집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슈니츨러는 빅토리아 시대의 보수적 성 관념이 지배하던 19세기 말 20세기 초 세기 전환기에 시민 계급의 욕망과 위선을 파고들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의사이자 작가였던 그는 정신병학, 최면술, 암시 요법 등에 관심을 두었고 여기에 작가로서의 직관을 활용하여 인간의 잠재의식을 탐구한 결과 동시대 활약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로부터 자신의 도플갱어로 느껴진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기도 한 작가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 중 꿈의 노벨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 의해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이라는 영화로 재탄생했으며 레데곤다의 일기는 국내 초역입니다. 민음사 세계문학 428번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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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뉴에디션 증보판) - 성철·법정 스님의 무소유 뉴에디션 증보판
김세중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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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면 충만하고 버리면 채워진다 법정스님의 영원한 가르침 새 증보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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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 - 은밀한 개인주의자 현대 예술의 거장
앙투안 드 베크.노엘 에르프 지음, 임세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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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_ 은밀한 개인주의자

 

 

누벨바그의 조용한 수호자

에릭 로메르의 시작과 끝

 

현대 예술의 거장시리즈는 20세기를 전후한 문화 예술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국내외 거장 아티스트의 평전으로 구성된 시리즈입니다. 2018년부터 다시 출간되는 본 시리즈의 열세 번째 주인공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입니다. 읽고 수집하고 있는 독자로서 반가운 책입니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여름 이야기], [녹색 광선] 등 그의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사랑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로메르의 삶은 대중과 거리를 둔 채 비밀스러울 만큼 감춰져 있었습니다. 이 책은 소설가, 평론가, 카이에 뒤 시네마편집장, 시네아스트, 교육자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통해, 은밀하고도 모호한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았던 에릭 로메르를 입체적으로 그려내 영화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에릭 로메르의 삶은 실패로 점철되어 있었지만, 그는 아마추어 정신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했습니다. 자본과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연출 체계를 마침내 완성한 것이었고 누벨바그를 앞장서 이끌었던 장뤽 고다르와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이 장애물을 만난 순간, 조금 느리게 전진하던 에릭 로메르는 그 격랑에서 빠져나온 진정한 생존자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혁명적인 역사의 동요에 어떤 정치적 결론도 내리지 않았던 관찰자 에릭 로메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오직 작품뿐이었고 다른 어떤 예술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분명한 행복이 영화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사랑했던 로메르를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로메르는 이 일에 푹 빠졌다. 그는 모든 것을 준비했다. 그는 자료로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내가 질문하기 전에 답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는 항상, 그리고 끝까지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의 감독으로 있었다.”

--- p.556

 

 

로메르는 영화의 창조성이 작가의 주관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전사하는 것에 있다 여겼다. 영화는 세계를 더 존중하기 위한 수단이다.”라고 했습니다. 한 분야의 거장이 된다는 것은 뭔가 특별한 자기 만의 세계에 빠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하는 일에 자신감또한 있어야 하고 그 일을 무조건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거장 시리즈를 통해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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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 여행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29
하인리히 하이네 지음, 황승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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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 여행기

을유세계문학전집_129

 

 

독일의 시인. 괴테, 실러와 더불어 19세기 독일 문학의 거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안 요한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집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어 오랜만에 읽어보았습니다. 특히 그의 초기 시들은 로베르트 슈만이나 프란츠 슈베르트와 같은 낭만주의 음악가들에 의해 가곡으로 작곡되어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합니다. 슈만의 가곡 때문에 많은 이들이 하인리히 하이네를 그저 낭만주의 시인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낭만주의적 작품은 초기에나 나타나고 이후에는 독일의 봉건적인 구체제를 풍자하며 비판하는 참여 문학의 작품을 썼습니다.

 

 

 

이 책은 총 4권으로 출간되었던 여행기 가운데 대표작인 북해연작과 중편 이념르그랑의 책을 선별해서 실었고 하이네는 생전에 여러 책에 흩어져 있던 북해연작을 묶어 한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싶어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하이네의 의도를 비로소 실현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깊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험담을 속삭이는 사악한 혀들은

영원한 신들에게조차

고통과 재앙을 가져왔지

이 가련한 신들은, 저 위 하늘에서

괴로워하면서 암울하게

끝없는 궤도를 거닐지,

죽을수도 없는 그들은

찬란한 고통을

질질 끌며 걷지.

 

-북해 제1부 해넘이 중에서

 

 

 

하이네는 14살때는 직접 나폴레옹을 보기도 했고, 괴테, 슈텔른, 마르크스, 헤겔, 뷔르거 등 그 당시 유명인사는 다 만나고 다닌 폭넓은 인간관계를 자랑합니다. 무엇보다 그는 괴테 이후 유럽 전체에서 흥행한 유일한 독일 문학가였습니다. 하이네 스스로도 "괴테의 요람에서 태어나 죽음으로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해의 노르더나이섬에 두 번 체류하면서 병약했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녁이 되자 겨울 나그네가

따스한 차 한 잔을 절실하게 그리워하듯.

지금 내 마음도 그대를.

나의 조국 독일을 갈망한다네!

예컨대 그대의 달콤한 땅이

광기와 헝가리 기병과 나쁜 시와

미적지근하고 얄팍한 교회 전단지로 뒤덮이더라도

---------

아무튼 어리석음과 불공정이

그대를 온통 뒤덮고 있을지라도. 오 독일이여!

그럼에도 난 그대를 갈망한다네:

적어도 그대는 단단한 땅이니까.

 

-북해 제2부 뱃멀미 중에서

 

 

 

 

하이네 여행기는 1830년대와 1840년대 많은 자유주의 성향의 작가들이 본보기로 삼는 작품이 되었고 이들은 하이네의 여행기를 전범으로 삼아 종교나 정치나 문화에 관해 시비를 다투는 여행시와 단장 형식의 산문을 썼습니다. 그동안 하이네 시라면 감미롭고 아름다운 시를 주로 썼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 <뱃멀미>등을 통해 격정적이고 자조적인 혁명적인 저술가의 면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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