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 - 기후위기 시대 펜, 보그, 스웜프에서 찾는 조용한 희망
애니 프루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평점 :

미국에서 가장 영애로운 상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학계의 자리매김한 애니 프루 저자는 2001년에 영국 케임브리지셔에서 5헥타르(축구장 6.7개 정도 면적)의 소박한 땅에서 100년에 걸쳐 손상된 습지(펜Fen)를 복원하는 ‘그레이트 펜 프로젝트’를 관심 있게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2021년 개울명과 호수명을 원고의 이름으로 기재해서 습지를 말살하고 택지 개발을 밀어붙이려는 기업에 대해 소송을 건 플로리다의 환경보호 단체들의 노력에 관심을 보이며 오랜 인류사를 훑어보며 습지를 파괴하고 환경을 무너트리는 인류의 과오가 근현대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 사실은 아주 오랫동안 자행되어 왔다는 점을 직시했습니다.
물, 땅, 식물의 조합은 계속 바뀝니다. 이 새로운 조합들을 식별해서 기록하는 것은 습지 연구자들의 의무라고 합니다. 계속해서 바뀌는 습지의 정의에는 마른땅에서 젖은 땅으로 변하는 중인 지역도 포함됩니다. 이런 곳은 경계가 드러나 있고 세월의 관점에서 보면 땅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느리지만 끊임없이 유동하는 조각보 같다고 한 표현이 인상 깊었습니다. 수백 년, 수천 년이 보그에서는 몇 시간, 며칠이다 라고 했습니다.

기후위기가 점점 심해지는 지구는 표유류 즉 인간의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인간의 작업과 광대한 땅에서 이루어지는 기계화 농경이 황야를 파괴하고 계속 미생물을 인간 사회로 가져온 주범이라는 사실을 일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연을 맹목적으로 약탈 하다가 우리는 살아갈 터전을 일게 될지도 모릅니다. 팔루스트린 이머전트 습지라는 과학적인 용어가 책에 등장하는데 이는 코넌 도일의 바스커빌 가문의 사냥개에서 한 발만 잘못 디디면 사람에게든 짐승에게든 죽음을 의미하는 곳으로 무섭게 묘사 되기도 했습니다.
세상을 다양한 습지로 만드는 것도 물이고, 수천 가지 봉헌물과 귀한 선물을 품는 것도 물이다.---p.118
현대 서구의 경제사는 곧 인류가 다른 모든 생물을 끊임없이 지배한 이야기이자, 부를 가져오는 천연자원을 쉽게 손에 넣으려고 자연풍경을 항상 바꿔놓은 이야기이다. ---p.81
세계의 습지의 대부분은 마지막 빙하기 때의 빙하가 녹아 콸콸 쏟아지면서 생겨났다고 합니다. 먼 옛날 펜, 보그, 그윔프, 바다 후미는 지상에서 가장 바람직하고 믿음직하고 자원이 풍부한 곳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생물을 먹여 살렸습니다. 봄의 습지에 사는 생물들의 다양성과 수만 봐도 아주 멀리에서부터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함성이 일었을 겁니다. 인구가 너무 많이 늘어나 지구의 수용 능력을 걱정할 지경이 되는 동안 습지는 농경지와 택지로 변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습지에 관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각종 멸종위기종과 희귀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명의 땅 습지는 언제나 인간에게 파괴되고 약탈 되었으며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지만 지구의 인류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습지의 존재를 일깨워 주는 내용입니다.
저자는 오랜 인류사를 훑어보며 습지를 파괴하고 환경을 무너트리는 인류의 과오가 근현대에 벌어진 것이 아니라 사실은 아주 오랫동안 자행되어 왔다는 점을 직시했습니다. 건축과 파괴에는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는 인류가 자연계를 복원하는 일에는 불쌍할 정도로 미숙하다고 했습니다. 지구상에 있는 그 무엇 하나도 이유없이 생겨난 것이 없다는 점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습지가 인간 사이의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는 점 습지의 중요성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유익한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