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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평점 :

한번에 부르는 이야기꾼은 한 명, 이를 마주하여 듣는 이도 한명, 이야기도 하나, 어두운 밤에 해야 하는 ‘흑백의 방’ 속 이야기. “외모를 팔아 세상을 살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시시한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아.....”성하마을의 제일가는 미인, 그 미모를 숨기고 싶었던 오빈의 꿈은 <청과부동명왕> 슬프도록 아름다운 여자들의 연대에 관한 이야기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기대되는 신간입니다. 폭군 영주의 눈에 띈 오빈은 흙인형을 만들어 뛰어난 장인이 되는 것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비극적인 이을 당한 소녀의 원한과 집념이 만든 가족을 지키는 인형, 누구든 원하기만 하면 자유자재로 걸작을 그려낼 수 있는 마성의 붓, 정체를 짐작하기 힘든 이들이 사는 마을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가 담긴 청과 부동명왕은 2021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일간지에 연재되었습니다.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건 시기라 마음이 불안했던 작가는 잠에서 깨도 기억에 또렷이 남는 꿈을 꾸는 일이 잦아 꿈에서 꾼 둥글로 줄무늬가 있는 오래된 불상 같기도하고 맷돼지 새끼와도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청과 부동명왕을 써내려갔습니다.
“이 청과는 먹을 수 없지만 쓸모가 있는, 평범한 청과예요. 그거면 충분하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했어요.” ---p.132
여자를 함부로 대하는 나쁜 버릇이 있는 도매상의 대행수에게 속아 아기를 가지게 된 오나쓰는 내용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신의 어리석음 때문에 죽고 만 아기와 무엇 하나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 저세상에 가서도 멸시당하는 이모를 향한 가족의 시선에 환멸을 느껴 집을 뛰쳐나오게 됩니다. 그렇게 자리잡은 곳은 아무도 살지 않아 황폐해진 동천암으로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 땅에 울외를 심으며 삶의 터전을 만들어 갑니다. 아이를 갖지 못해 쫓겨난 여자, 자식을 잃은 죄를 뒤집어쓰고 이혼당한 여자, 심한 시집살이에 소처럼 부려 먹히다 도망친 여자,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죽어서도 들어갈 무덤조차 없는 여자, 갈곳없고 의지 할 곳 하나 없는 여자들을 위로하고 쓰다듬어 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이 작품을 읽으면서 좋았습니다. 작가는 애도시대에 관한 공부를 할때마다 부당한 사회 규범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 절감했다고 합니다. 청과 부동명왕과 단단인형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곧은 마음을 지킨 오빈과 같이 강하고 유연한 여성이 등장하면서 애도시대에 대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옛날에 우리 조상들도 목숨을 걸고 출산을 했듯이 어머니가 되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의 인생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아이를 출산하다 목숨을 잃는 어머니들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여성들이 연대하는 모습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극복하는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용기를 내라고 힘을 내라고 응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주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 다음 10번째는 고양이의 참배라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독자로서 기대가 됩니다. 여성의 지위가 많이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이 땅에 여성으로 사는 것 누구보다 여성인 독자들은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