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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장 보델 외 지음, 김찬자 외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21년 3월
평점 :
세상에 맞추어 명예롭게 살기를 원한다면 부의 축적에만 혈안이 된 삶을 따라가는 사람은 수많은 골칫거리에 부딪히게 됩니다. 사사건건 그를 음해하려는 자들이 넘쳐 나니까요. 세상은 또한 멋지고 우아해 보이는 시샘꾼들로 가득 차 있지요. 식탁에 초대받은 손님이 열 명이면 그중 여섯은 헐뜯는 사람들이고, 아홉은 시샘하는 사람일 거예요. 그들은 뒤에서는 경멸하면서도 앞에서는 찬사를 늘어놓거나 굽실거리지요.
옹트는 죽음이 임박해진 것을 알고 저를 자기 집으로 불렀어요. 제가 그의 친구이자 동료였으니까요. 옹트는 자기 재산을 둘로 나누고 그 중에서 전하의 몫을 가지고 있던 가방에 담았어요. 그리고 그 가방을 전하에게 전해 달라는 임무를 제게 맡겼어요. 소인은 앞으로 다시는 이 궁전에 오지 않을 겁니다. 소인은 앞으로 다시는 이 궁전에 오지 않을 겁니다. 너무 많이 맞아서 뼈가 다 부러졌으니까요. 어쨌든 전하께 여기 이 옹트의 가방을 전해 드립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고 정당하기 때문이죠. 그럼 가방 안에 든 것을 확인해 보십시오.
그는 목에 멘 가방을 벗어서 왕에게 건넸습니다.
신이 제 기도를 들어주신다면 전하는 제가 가져온 옹트의 가방이 아니라 수치를 받게 된 겁니다.
‘옹트의 가방 La malie Honte 을 나쁜 수치 la male honte 로 오해한 영국 왕은 화를 내며 농부를 가혹하게 내쫒는 왕에 대한 풍자의 이야기입니다.
중세 음유 시인 (troubadour) 알메르테 드 시스트롱(Alberet de Sisteron),
13세기, 프랑스국립도서관
파블리오(fabliau)는 12∼13세기 중세 프랑스에서 유행한 ‘웃음을 주는’ 짧은 이야기로 떠돌이 성직자, 기사, 광대, 음유 시인들에 의해 널리 퍼졌다. 짤막한 모험담에는 도시와 농촌에 살고 있는 장인, 푸줏간 주인, 잡화상 주인, 늙은 재단사, 교활한 뚜쟁이, 억세고 거친 농부, 장애인들, 직업 없이 떠도는 유랑 성직자들, 도둑, 집을 비워 놓고 장터와 시장을 쫓아다니는 상인들, 부르주아들, 본당 신부들, 심술궂은 음유 시인들, 목축업자들, 대장장이들, 하녀들을 동반한 가정주부 등 세련된 궁정풍 문학에선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계층의 캐릭터가 등장하며 사실적이며 매우 노골적인 과감한 묘사가 파블리오만의 개성이 뚜렷히 나타나는 장점이 있어 마음속이 시원해지며 통쾌한 웃음을 주며 독자에게 교훈을 줍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