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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나가
김진영 지음 / 반타 / 2026년 1월
평점 :

이키다 서평단 통해 오팬하우스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저주와 공포에 대하여
『여기서 나가』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의 저택 터에서 시작해 현재 부안 농촌 마을과 군산 청사동 적산가옥 터를 관통하는 유례없는 K-오컬트 호러 작품으로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김진영작가의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집’보다 더 근본적인 단위인 ‘땅’에 주목합니다. 땅을 사고, 물려주고, 나누고, 빼앗으려는 행위 속에 얼마나 많은 욕망, 차별, 폭력이 내재되어 있는지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1년 전 큰아들 형진이 심장마비로 44세의 나이에 급사한 뒤 상조는 아들 생각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습니다. 자정을 넘어 잠이 깬 상조는 아내 순화의 만류에도 밭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긴 머리에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남자가 밭 한가운데 웅크리고 앉아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며 상조는 그 남자에게 말을 건네자 남자는 아무말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그곳엔 부러져 짓밟힌 고춧대와 쓰러진 소주병 하나가 보였고 상조가 소주병을 들어 올리자 그 아래 타다 만 5만 원권 지폐 한 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상조가 비에 젖은 지폐를 집어 들어 살펴보니 평범한 지폐 같았지만 눈에 익은 한자가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는데...
李亨鎭
상조는 불길한 기운을 느낍니다.
협박에 가까운 동네사람들의 만류, 땅의 소유권을 두고 부부를 겁박하는 해령,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상해버린 카페 음식들, 유화가 혼자 있을 때만 나타나는 일본 옷을 입은 귀신, 밭에서 형진을 보고 쓰러진 아버지 등 ...
재산을 지키려는 자,
딸을 되찾으려는 자,
귀신을 부려 성공하고 싶은 자,
이곳에서 부를 얻는 순간
당신은 ‘재물’이 된다.
‘삶을 빌려 죽은 자가 남는다.’

형용은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당한 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죽은 형 형진이 어머니 명의로 된 전북 군산 청사돌의 땅을 매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땅은 평범한 땅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한국에 남긴 주택, 즉 ‘적의 재산’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담고 있는 ‘적산가옥’ 이 있던 자리로 오랫동안 누구도 손대지 못한 채 모종의 이유로 묶여 있던 곳이었습니다. 형용은 그곳에 적산가옥 형태의 카페 ‘유메야’를 짓고 제2의 인생을 꿈꾸는데 이야기는 중반부부터 빠르게 전개되며 형용과 유화, 해령과 이씨 집안, 필석과 형용은 원한과 탐욕으로 점철된 이들은 결국 누구를 제물로 삼을 것인지 각자의 욕심을 통해 벌어지는 갈등을 그려낸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