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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평점 :

2025년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신형철 평론가, 은유 작가 추천
이야기의 시작은 괴테의 명언에서부터입니다. 일본의 괴테 연구 일인자 히로바 도이치는 히로바 부부의 결혼기념일과 자신의 25주년 은혼식의 해를 맞아 딸이 마련한 레스토랑에 가족과 함께 가게 되는데 무심코 집어 든 홍차 티백의 끝에 붙어있는 테크에 쓰인“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는 괴테의 명언을 보는데, 평생 괴테를 연구해 온 도이치도 처음 보는 말로 갈등하며 도이치의 명언 찾기 여정이 시작되는데... 30일 만에 쓴 장편소설로 일본 최고 문학상을 거머쥔 작가의 작품 기대가 됩니다.
여러 문학적 장치가 인물들의 일상에 유머러스하게 재배치되며 학문과 사랑, 언어와 일상이 자연스럽게 엮이면서 요시노리의 표절 논란에도 당당한 모습은 보르헤스를 떠올리게 하는데 위대한 문학작품의 원전만을 인용해서 괴테가 말했든 말하지 않았든, 사랑은 모든 것을 혼용시키지 않고 하나로 섞는다는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게 합니다.
“무언가를 아는 것, 알고 싶어 하는 것, 인간이 가진 그 근원적인 기쁨이 이 소설에 가득 차 있다.” - 아쿠타가와 심사평

“책 한 권 쓰자고 다른 책을 몇 권이나 더 쓰는 게 얼마나 고생스러운지 알아?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이 되는 건 힘든 일이라고” 그런 말에도 이제는 자기변명의 기색이 없었고 –시카리는 날조한 서적을 전부 실제로 썼던 것이다. ---p.235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말도 어쩌면 위작형 명언의 극치일 수도 있겠군.” ---p.78
괴테의 파우스트에 대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구제 불능의 산물이지만, 거기에 사랑이라는 띠를 둘렀습니다”라고 도이치가 말했듯이 이 소설은 결국 사랑이라는 띠로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가라는 이야기입니다. 도이치와 그의 가족 제자, 동료 연구자들의 일상이 언어의 층위처럼 이어지고 각각의 문장이 결국 하나의 의미로 수령되게 됩니다. 괴테가 말했듯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자신이 그동안 학문을 연구해 쌓아왔던 것들이 한 문장으로 인해 흔들리는 과정에서 이 명언의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서의 번역에 대한 고민, 친구 요시노리의 표절 사태, 도이치의 방송출연등의 에피소드가 도이치의 갈등과 고민을 부추겨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듭니다.
괴테는 사랑, 진리, 일에 대한 깊은 통찰의 많은 명언을 우리에게 주었습니다.”사랑은 모든 것을 단지 섞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융합 시키는 것이다.“라는 문구는 그의 사상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을 단지 명언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존재와 삶의 복잡성을 반영했다고 생각됩니다. 철학적으로 접근을 하면 굉장히 심오하고 현재 뿐 아니라 미래에도 여전히 독자에게 중요한 질문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모든 것은 말해졌지만 자신의 언어로 다시 말할 때 의미를 가진다는 작품의 큰 주제를 떠올린다면 이 책이 감동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제작비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