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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가 시력을 잃게 된다면,
머릿속에 색깔들의 천국이 있으면 좋겠어요……”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기 위한 소녀의 황홀한 미술관 여행
전 세계의 출판인을 매혹시킨 소설.
출간 직후 유럽 전역을 휩쓴 화제작 모나의 눈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문학성, 감성, 지성이 훌륭하게 결합된 예술소설로 저자 토마 슐레세는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소녀 모녀와 그런 소녀를 위해 매주 함께 미술관에 가기로 결심한 할아버지 앙리의 한해를 그린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받은 작품으로 기대가 됩니다.
모든 게 어두어졌다. 마치 상복이 드리워진 듯이. 그러더니 여기저기에서, 고통이나 감정에 저항하려고 주먹을 쥐듯 태양을 마주보려고 하면서 그만 눈을 꽉 감아버릴 때처럼, 눈꺼풀 뒤에서 얼룩 같은 빛들이 일렁였다. “엄마, 온통 까매요!”
갑작스럽게 다가온 시련을 할아버지 앙리는 의학보다 더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떠올리며 루브르궁, 오르세 미술관 보부르에 가서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대범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존하는 곳에서 손녀 보나를 위한 영양제를 찾으려고 생각합니다. 앙리는 세상에서 초탈한 애호가 부류와는 달랐고 라파엘로가 그린 살의 광택이나 드가의 목탄화가 만들어내는 선의 리듬을 그 자체만으로도 흡족해 왔고 앙리가 좋아하는 것은 “예술은 불꽃놀이 기술, 아니면 헛바람이야.” 그는 작품 전체를 통해서건 하나의 디테일을 통해서건, 한 폭의 그림, 한점의 조각, 한 장의 사진이 존재의 감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좋아했습니다. 이렇게 앙리는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손녀 모나를 위해 미술관 여행을 결심했고 이 책 모나의 눈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기 위한 이들의 가슴 뭉클한 한 해를 통해 모나는 색채와 선, 조형과 질감 너머 자신의 두려움과 슬픔, 불안과 기대를 마주합니다. 예술은 이 모든 감정을 감싸안으며 조용히 모나에게 말을 걸어오는데...
모나는 기욤이 한없이 아름답다고 여겼고, 자기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느끼면서 거울 효과로 자신 역시 아름다워지는 듯한 느낌, 막연하게 싫으면서도 몹시 황홀한 혼란을 느꼈다. 한마음으로 그들은 어마어마한 고함을 내질러 유년의 껍질을 터뜨리고 두 팔로 서로를 끌어안고 싶었다. 모나는 침묵 속에 머물렀고 기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나는 숨을 참았고 기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삶의 아침녘에 이렇게 둘이서 마주쳤다는 것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서로에게 털어놓는다는가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 p.378

파리3대 미술관에서 길어올린 예술과 삶에 대한 고유하고 명징한 메시지들
『모나의 눈』은 앞을 보지 못하는 주인공 모나가 예술을 어떻게 느끼고 세상을 바라보는지 한편의 아름다운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보는 사람, 느끼는 사람, 마침내 변화하는 사람. 모나는 어쩌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한 편의 작품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떠서 주변을 바라보고 달리는 차 안에서 풍경을 보고 사람들을 보며 책을 읽고 그림을 보는 것들을 너무나도 당연시 합니다. 독자가 만약 모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감정을 받아들였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원칙에 얽메이지 않고 모나의 부모 카미유와 폴의 걱정에 앙리는 누구의 질문도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당부합니다. 그는 약이나 상담 대신 예술을 처방합니다.
원리를 이해한 모나는 하나씩 차례로 실행해봤다. 여기에 약 6분이 걸렸다. 그런데 지침이 가물가물해지가 문득 작품이 시각보다는 촉각 및 신체의 느낌을 위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p.566
저자 토마 슐레세는 프랑스의 미술사학자로 약 20년간 미술사를 가르쳤고, 현대 화가 한스 아르퉁과 안나에바 베리만의 유산을 기반으로 한 아르퉁-베리만 재단 이사로서 예술계를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모나의 눈』은 예술이 인간의 삶에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그의 가치관이 훌륭하게 발현된 수작이자,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담긴 결정적 작품입니다.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누구나 시련은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집니다. 앙리는 모나에게 어둠 그 너머를 보는 법을 알려 주었다는 점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은 꼭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 새삼 깨닫게 됩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성이 충만해지는 좋은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