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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들어진 서양_ 서양이란 이름에 숨겨진 진짜 역사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반드시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역사가인 저자 나샤 매 스위니의 <만들어진 서양>은 14인의 인물을 통해 서양문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서양이라는 개념의 탄생과 확산 과정을 추적해 줍니다. 16세기 후반에 시작된 서양과 비서양의 구도는 18세기에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서양 문명은 고대 그리스에서 로마를 거쳐 르네상스, 계몽주의 산업 혁명을 거쳤습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이자 역사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헤로도토스부터 20세기의 지성 에드워드 사이드까지 ‘서양’이라는 궁금증에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유럽과 아시아로 세계를 나누는 것이 우스꽝스럽다”고 썼습니다. 그리스 도시국가(폴리스)들과 페르시아 제국의 전쟁을 기록한 ‘역사’에서다. 그가 겪어본 유럽과 아시아는 혈통이나 문화적으로 별반 다를 게 없었습니다. 헤로도토스 자신이 본디 소아시아 출신이었으나 아테네로 망명한 정치적 난민입니다. 고대 그리스인도 자신들을 유럽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외려 그리스인과 야만인이라는 이분법에 대한 강력한 반론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서양은 사실 단일한 문명, 고정된 실체가 아닌, 의도적인 해석과 권력에 의해 구성된 결과물이다!
영어판 원제는 그냥 ‘서양’(The West)입니다. 저자는 ‘서양’이라는 용어가 중립적 서술이 아니라 만들어진 추상적 구조라는 걸 강조하려 본문에서도 첫 글자를 대문자로 썼습니다. ‘서양 문명(Western Civilization)’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쪽이라는 지리적 개념으로 해당 단어를 쓴 경우에만 소문자(west)로 표기했는데 이는 단순히 피부색이 아닌 ‘인종’을 가리키는 용어로 백인(White), 흑인(Black), 황인(Yellow)을 쓸 때도 대문자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문화의 이전, 적응, 계승대신 <문명 사이의 대화>라는 개념이 선호된다. 바로 이것이 아테네에서 열린 첫 회담에서 비준된 최초 선언문의 핵심이기도 했다.<대화>라는 낱말이 암시하는 것은 한 문명이 다른 문명과 교차 오염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거리두기이다.---p.430

역사의 명성이 이토록 오래 지속 될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상상된 서양의 역사에서 그것이 지니는 중요한 문제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했습니다. 역사는 과거 지나간 사실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하지만 역사연구에서 중요한 사료는 지나간 과거 사실을 있는 그대로 완벽하게 전달해 주지는 못합니다. 이 책은 서양이란 이름에 숨겨진 진짜 역사를 알게 됩니다.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역사가 니샤 맥 스위니는 오랜 시간에 걸쳐 정치적, 문화적, 이념적으로 구성된 신화일 뿐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시작했습니다.
흔히 미국과 유럽을 서양으로 부르고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를 아시아 동양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이 기준은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요.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는 서양이라는 개념 <만들어진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를 거쳐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는 서양의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역사를 서술하는 기본의 책들과는 달리 인물 중심 역사로 따라갑니다. 그리스 역사가인 헤로도토스부터 이슬람 철학자 알킨디, 흑인 노예이자 시인이었던 필리스 휘틀리 등 모두 14명을 통해 그동안 역사서적을 웬만큼 읽었다고 생각했던 독자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많아서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은 서양역사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