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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 제공 도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는 아티초크가 국내 최초로 출간한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에 이은 윌리엄 해즐릿의 두 번째 인문 에세이집입니다. 좋은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에세이스트, 자유사상가이자 이단아로 반체제 운동의 열렬한 옹호자인 윌리엄 해즐릿 작품입니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에 담긴 일곱 편의 에세이는 그의 묘비에 새겨진 글처럼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소수의 교만과 권력을 혐오하며, 진정한 도덕적 용기를 지닌 해즐릿의 참모습 그 자체로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인생이라는 직물에는 좋고 나쁜 실이 섞여 있다. 미덕은 결점의 채찍질이 없으면 교만해질 것이며, 죄는 미덕이 보살피지 않으면 절망할 것이다.” 이것은 인간 본성의 장점과 결점을 잘 알던 사람이 오래전에 남긴 참되고 훌륭한 말이다. 학파들과 당파들, 그리고 사람들에게 별명을 붙여 분류하기를 자랑으로 여기는 철학자들은 그 의미를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_p.77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중에서

눈에 보이는 물체보다 소리와 냄새, 때로는 맛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어쩌면 연사의 사슬에 더 좋은 고리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맛은 본질상 연속적이지 않고 비교적 간헐적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편 우리 앞에는 항상 어떤 물체들이 있고 눈만 뜨면 우리의 시야에 물체들이 들어오고 이들은 계속해서 서로를 밀어냅니다. 눈을 뜨고 살 수밖에 없는 우리는 망막으로 들어온 특정 물체의 인상을 받는데 같은 물체가 되풀이해서 보이기까지 다른 수 많은 인상들이 감각과 뇌에 새겨진다고 합니다. 우리의 귀는 소음보다 고요에 더 유혹을 받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로 문을 여는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에는 해즐릿의 방대한 저작 가운데 표제작을 포함하여 독자적 사고와 날카로운 혜안, 우리 시대와 공명하는 시의성 있는 에세이가 담겨 있습니다. 해즐릿은 부와 지위를 거머쥔 왕립 예술원 회원들과 죽음보다 가난을 두려워하는 대다수 미술가들의 삶을 대비시켜 고찰하고, 무지만으로 사람을 괴물이나 유령으로 만드는 인간 행동의 근원을 파고드는가 하면,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폭군은 별로 없는지, 왜 문필가들이 “공허한 칭찬이나 짭짤한 보수”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는지 도발적인 화두를 계속해서 독자에게 던져 줍니다.
모든 우상 숭배의 원리는 똑같다. 그것은 숭배할 무언가에 대한 결핍을 채우려는 심리의 작용이다. 그 결핍이 무엇인지, 왜 그런지는 모른다. ---p.160
높으신 분들의 쾌락을 실질적으로 보살피는 뚜쟁이가 있는가 하면 냉담한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권력의 지적인 뚜쟁이도 있다는 「아첨꾼과 독재자에 관하여」는 “절대로 권위와 타협하지 않는” 공화주의자 해즐릿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는데 해즐릿은 변치 않는 권력의 속성과 우상 숭배의 원리를 분석하고, 쇠고랑을 찬 노예에서 문필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왜 우상을 숭배하고 왕을 사랑하는지 조목조목 실례를 들며 “가장 비열한 노예가 가장 이상적인 아첨꾼”임을 역설해 주는데 지금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습니다. 권력은 세상의 숭배를 받는 무자비한 우상? 권력은 파괴로 무장하고 겁 많은 사람의 마음에 공포로 군림 한다는 말 윌리엄 해즐릿은 이야기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