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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
김랑 지음 / 달 / 2024년 11월
평점 :
숲속 작은집 마리의 부엌
출판사 제공 도서
“지리산에 하루 왔다가 며칠 자고 갑니다.”
푸릇푸릇한 나무와 새의 지저귐을 배경 삼아
한입 가득 넣는 온기 한 스푼
지리산 숲속의 어느 작은 민박집에서는
불어오는 인연을 햇살 앞 풍경처럼 걸어둔다
아무리 풍경이 좋고 아름다워도 사람과의 이야기가 없다면 그 순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색과 향이 옅어진다고 합니다. 이 책은 10년 전, 어딘지 모르게 답답했던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지리산 산청에 터를 잡고 오래되었지만 아름다운 집과 함께 여러 인연을 쌓아간 아름다운 에세이입니다. 『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 이 기대가 되는 책입니다.
“우리도 나이 들어 방 한두 개를 운영하면서 생활하면 좋겠네. 무료하지도 않고 생활도 되고, 우리도 저렇게 살까?” ---p.11
정성껏 밥을 짓고, 아낌없이 마음을 내어주며, 민박집 손님들에게 소소한 행복을 선물합니다. 그들에게 전해진 선의와 온기는 또 다른 사람에게 가닿을 테니 그리고 가끔 지칠 때면 훌쩍 여행을 떠나는 삶 이렇게 느긋함을 즐기는 저자답게 여행지에서도 자신만의 속도를 만끽하며, 보고 먹고 걷습니다. 김랑 부부가 운영하는 민박집 ‘마리의 부엌’에는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기, 멍 때리며 지내기, 책 읽기, 마당에서 음악 듣기, 직접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로 차려진 자연 밥상 챙겨 먹기 등 시끄럽고 복잡한 도시를 피해 조용하고 일상이 단조로운 지리산 숲속으로 온 사람들에게 부부는 모든 일상의 스위치를 끄고 우리 삶의 방식을 자연스럽게 하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한두 마디 나누며 순간을 영원히 간직한 그런 삶을 이야기 합니다. 그렇게 저자의 날들을 짙게 칠해준 인연들이 모여서 만든 『숲속 작은 집 마리의 부엌』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나는 길 위에서 살짝살짝 흔들리고 있다. 괜찮다. 흔들린다는 건 살아서 숨을 쉬고 있다는 거니깐. 각자의 길을 가다 어느 곳에서 스치거나 먼발치에서 마주친다면 무척 반갑겠다. 하지만 못 만나도 괜찮아. 그게 당신의 길이라면, 만나지 못해도 괜찮다. ---p.177
이 책은 소소하지만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나눠줄 수 있는 욕심 없는 마음씨가 엿보입니다. 도심의 시설 좋은 호텔이 아닌 인터리어라고 할 것도 없고 시설도 불편한 민박집이지만 이곳에 오는 사람들에게 직접 채취하거나 동네에서 구매한 신선한 나물들, 시대게서 유기농 농사로 지은 쌀과 채소, 직접 담은 된장과 간장,고추장으로 차여내는 밥상엔 그 어떤 나쁜 마음도 넣지 않고 든든한 한끼가 되길 진심을 다해 대합니다. 아주 작은 청보라색 야생화 ‘꽃마리’에서 따온 이름은 아주 낮은 꽃으로 나를 아는 사람들이 부르기 쉽게 마리라는 이름으로 ‘마리의 부엌’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책에서 이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선의는 강요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베풀지 않았다 해서 비난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찾아오는 모르는 누군가와 친절을 주고받는 건 바싹 마른 가슴에 꽃 한 송이를 피우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간절할 때 받은 도움도 물론 크지만, 이렇게 여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작은 도움도 충분한 기쁨이 된다는 말 마리의 숲속 부엌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모처럼 힐링이 되는 감성 에세이 한권 마음에 오래 넣어 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