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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죽은 자의 몸값』(캐드펠 수사 시리즈 09)
이렇게 재미있는 시리즈를 지금에서야 만나다니....
캐드펠 수사 이 사람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엘리스 피터스(Ellis Peters)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The Chronicles of Brother Cadfael)’는 12세기 중세 잉글랜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추리소설로,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 생생한 캐릭터, 선과 악, 삶과 죽음, 신과 인간 등 인간사 최고 난제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이 깃든 역사추리소설의 클래식입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중세 영국을 통째로 옮겨다 놓은 듯한 치밀한 묘사, 화려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문장, 빠르고 다채롭게 전개되는 스토리, 탄탄한 구성,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 캐드펠 수사의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세대와 언어를 뛰어넘는 역사추리소설의 마스터피스로 손꼽힙니다.
바깥세상에서 마흔 해를 보냈고 지금은 엄격한 교단의 규율에 복종하며 자신을 치유하고 있지만 한때는 군인이었고 뱃사람이었으며 죄인이었고 십자군 전쟁에도 참전한 적이 있다며 까마득한 27년이 지난 과거의 일이라 회생하는 캐드펠은 이번에는 1141년 잉글랜드 왕권을 둘러싼 내전이 극으로 치닫을 때 스티븐 국왕 측과 모드 황후 측이 맞붙은 가운데 슈롭셔의 행정 장관은 포로가 되고 약탈을 노린 웨일스 일파까지 전투에 끼어들어 혼전 양상을 보입니다. 그 와중에 한 포로가 시체로 발견되고 캐스펠 수사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수사를 펼칩니다.
웨일스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돌아온 행정관 길버트 프레스코는 전투에서 부상을 당해 돌아왔지만 끝내 죽음을 맞았고 포로교환은 더 이상 진행이 불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신을 살펴보니 장관에게는 치명적인 부상도 없었고 그저 시간과 휴식 그리고 마음의 평화가 필요했는데 윗입술과 치아가 눌리면서 생긴 멍의 흔적만이있을뿐 저항한 상태는 아니었던가 봅니다. 이 살인에 관여한자를 찾기 위해 누구도 수도원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무 단서가 없는 상황에 시신의 콧구멍 속에서 발견된 가느다란 털? 미세한 섬유조직 가닥을 집기 위해 캐드펠은 족집게를 꺼냅니다. 금사로 수놓은 훌륭한 모직에 질식되었다니 이제 범인이 밝혀지는건 시간문제겠군요. 그러나 캐드펠은 이 사건을 우회적으로 접근 하는데...
“당신은 죽는 날까지 인간들과 끊어질 수 없어요. 주교, 수도원장, 사제, 고해신부, 모두 인간이에요. 죄 지으며 살아가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과 피를 나눈 형제들이라고요. 살아 있는 이상 인간을 피할 길은 없어요. 그저 그들 속에서 당신 몫을 해야 할 뿐이죠. ---P.181
왕도 재판관도 아닌 인간은 죽음만이 아니라 삶에도 대처해야 하는 법 둘 중 무엇에서도 벗어날 수 없고 그걸 결정하는 것은 신이라는 캐드펠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캐드펠은 퍼즐 조각을 맞추듯 에이논 아브 이셀의 금핀과 사람을 질식시켜 죽음을 재촉한 푸른색의 천을 찾는 등 역사와 미스터리를 접목하여 세상의 법과 신의 정의, 죄와 벌 사이에서 인간을 고뇌하게 만들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이제 고행의 순례자만을 남겨 놓고 있으니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시대적인 디테일이 훌륭했던 작품입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기 서포터즈로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