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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0월
평점 :
당신이 꿈꿔온 그 이야기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미지의 바이러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이의 정체는..? 우사미 마코토의 『어리석은 자의 독』, 『전망탑의 라푼젤』, 『밤의 소리를 듣다』를 국내에 선보인 블루홀식스가 이번에는 『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판타지 미스터리 작품으로 미지의 바이러스 사이비 종교, 집단 괴롭힘, 그리고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마족 등이 얽혀 오묘하고 참신한 매력을 발산하며 기대되는 책입니다. 블루홀6의 미스터리 책이니 두 말할 것도 없겠죠. 미스터리 여제 우사미 마코토의 작품 지금 시작합니다.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다 서민 동네의 반찬 가게의 직원으로 일하며 정착해 조용히 홀로 살아가는 와타루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어렸을 때 사이비 종교 시설에서 살면서 극심한 괴롭힘에 시달렸고 결국 어머니와 여동생 마리나, 친한 친구 아오토와 헤어진 가슴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습니다. 성인이 되어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 가지만 그는 마음 한구석에 내내 여동생과 친구 아오토를 향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감염 전염병 중 하나인 흑사병은 14세기 유럽에 약 2억 명이라는 목숨을 앗아간 인류사상 최악의 범유행으로 알고 있었으나 우리가 직접 겪지 않은 일이라 얼마나 무서운지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찾아온 2019년 11월17일 중국에서 발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우리가 겪었기 때문에 이 전염병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도 어느 날 와타루 앞에 ‘가오’라는 남자가 등장하고 전 세계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의 습격을 받는 이야기로 흥미로왔고 작품에 빠져 들어가게 됩니다.
종교 단체는 ‘가정’이 아니었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 또한 ‘가족’이 아니었다.---p.29
“거기에 너까지 죽으면 앞으로 꿈자리가 더 사나워지겠지. 기렌이 그때 네게 해 준 건 임시방편에 불과한 몹쓸짓이었어. 그런 짓을 하면 안 됐어.” “하지만 난 충분히 만족해. 고작 여덟 살에 죽은 아이가 이후 여생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으니.” ---p.410
자신을 투자자라고 소개한 가오는 이 전염병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하며 와타루에게 수상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접근합니다. 와타루는 이 사람이 수상 했지만 결국 가오의 알 수 없는 매력에 매료되어 가오의 사무실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20여 년 전 헤어진 여동생을 꼭 닮은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인간의 삶이 고요한 바다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 잔잔한 일상에 그 충격으로 다가온 그 만남이 와타루의 인생에 걸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데 큰 계기가 되는데…… 그 여자는 대체 누구이며 ‘가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와타루의 유일한 구원이었던 친구 아오토와 신비한 능력을 지닌 가족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작품은 흥미롭게 전개 됩니다.
19세기 이전에 푸남의 영향으로 정치적 통일과 계층화된 사회를 이루다 프랑스의 식민지화, 집단 간 정쟁, 노예 거래들로 무너진 베트남 소수 ‘마족’의 등장이 책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얻는 작가 역시 대단합니다. 작품의 집필할 때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이라고 하니 우리가 겪은 바이러스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또 다시 창궐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책 속에 나오는 각종 사이비 종교, 집단 괴롭힘, 소외된 이들의 고통은 우리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아름다운 것 좋은 것만을 보려고 하고 이들의 고통은 외면당하기 일쑤입니다. 소외되고 고립된 사람들이 이야기를 작가는 꺼내서 우사미 마코토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게 전개하면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삶과 죽음 구원과 희생 그리고 인간관계의 본질에 관해 느끼게 해줍니다. “꿈은 꿈일 뿐이야.” 와타루는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바람 속을 한 걸음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