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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평점 :

1938년 허리케인을 뚫고 미국 동부 해안에 도착해 트럭을 타고 서부로 이송된 두 기린의 감동적인 실화는 아마존 초장기 베스트셀러, 실화 바탕 장편소설 『기린과 함께 서쪽으로』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대공황의 여파로 시름하던 1938년 미국, 가족을 잃고 뉴욕항을 배회하던 혈혈단신의 고아 소년 우디 앞에 허리케인을 뚫고 기린이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기린과 함께 서쪽으로』는 시간이 흘러 105세의 나이로 죽음을 앞둔 우디 니켈이 기린과 함께했던 여정을 돌아보며 남긴 기록을 따라가는 작품으로 기대가 됩니다.
“내 평생 몇 안되는 진정한 친구둥 둘은 기린이었다.”
살아남아서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나는 그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평생 행운과는 별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그날이 내 인생의 최악의 날이라고 말하고 싶어도 이미 나는 그보다 더한 일들을 겪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날을 이렇게 표현할 수는 있다. “그날 평생 허리케인보다 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었다고”.

이야기는 105세의 주인공 우디 니켈이 양로원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이 17세 때 기린 이송 과정에 동참했던 이야기를 글을 통해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우디 니켈은 더스트 볼 지역에서 발생했던 번지 폭풍으로 가족을 잃고 그 과정에서 생긴 비밀을 묻고 살아가는 17살 소년으로, 부모와 여동생을 모두 고향 땅에 묻은 심정이 어땠을까요? 사촌을 찾아갔지만 사촌마저 죽고 맙니다. 그때 우연히 허리케인에서 살아남은 기린 두 마리를 보게 되고 그 기린들이 뉴욕주에서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동물원까지 육로로 이송되는걸 알게 되는데 ...
가난한 실향민들의 꿈인 캘리포니아주로 가기 위해 미 대륙을 횡단하는 기린을 따라가기로 한 우디
위험 천만하고 눈물겨운 여정을 통해 기린과 아주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게 되는데... 우정, 사랑,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통해 끔찍한 기억과 상처를 치유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이 소설은 기린이라는 순하고 아름다운 동물을 매개로 하여 각자 다른 이유와 목표를 가지고 만나게 된 세 주인공들의 인생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가슴 벅차고 순수하고 아름답게 그려 냈습니다.
지옥 불에 떨어진 것 같은 위험 속에서는 아무리 최악인 두 다리 인간이라 할지라도 영혼없는 네 다리 동물보다 소중했으니까. 적어도 아빠에게 배운 바로는 그랬다. 하지만 나는 동물과 눈이 마주치면 어떤 인간에게서 느꼈던 것보다 더 영혼이 충만한 느낌을 받았고 바닥에 뻗어 있는 그 기린의 눈에서 본 것은 내 뼛속까지 아리게 했다. --- p.25
우리가 여기까지 데리고 왔으니까.....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차마 꺼내지 않은 나머지 말이 거의 귀에 들려오는 것처럼 공기 중에 떠돌았다. 이제 살리는 건 네가 해. 이 자식아.
---p.28
쓰러져 있던 기린의 눈을 보고 고향에서 기르던 암말을 떠올리며 알 수 없는 강렬한 기분에 휩싸인 것도 잠시, 기린들을 실은 트럭이 가난한 실향민들의 꿈인 캘리포니아주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우디는 무작정 트럭을 쫓아 나선다. 『기린과 함께 서쪽으로』는 시간이 흘러 105세의 나이로 죽음을 앞둔 우디 니켈이 기린과 함께했던 여정을 돌아보며 남긴 기록을 따라간다.
겉모습과 행동은 거칠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영감과 꿈을 이루기 위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빨강 머리를 만남으로써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본능을 알아 가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워 집니다. 임기응변으로 트럭 운전사 자리를 따낸 우디와 그가 못마땅하지만 그를 믿고 기린 이송을 책임져야 하는 라일리 존스 영감, 그리고 기린 트럭을 따라오는 빨강 머리의 사진 기자 오거스타, 이 셋은 캘리포니아주로 가는 여정 내내 잇따른 사건 사고에 휘말리며 위험천만한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요? 가족을 모두 한꺼번에 읽은 우디는 자포자기 하지 않고 인생을 잘 헤쳐 나갑니다. 고향에서의 끔찍한 기억을 품은 채 오로지 생존에만 사로잡혀 있던 우디는 그 시간들을 통해 천천히 다가온 우정과 사랑, 존경, 그리고 희망이라는 감정을 싹틔우고, 소중한 것을 지키는 방법을 배워 나갑니다. 두 마리 기린과 부모를 잃은 한 소년의 이야기 실화라는 점과 린다 러틀리지의 따뜻한 필체로 오랜만에 아름다운 작품을 만났습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협찬 받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