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구 끝 날의 요리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평점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저자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 장편소설을 기다리는 독자에게 반가운 소식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출간되었습니다. 전 세계를 누비는 주인공들의 모험을 따라가면 요한과 페트라가 여행 중에 만나는 인물들, 늘그막에 인터넷 사기꾼으로 변신한 앙네스, 세상의 온갖 풍파를 겪다가 결국 뻔뻔스러운 아프리카의 독재자로 정착한 알레코 등 우리는 인생의 다양한 얼굴들을 보게 됩니다. 기발한 발상으로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요나스요나손 작가의 작품 기대가 됩니다.
친절하고 남들 돕기를 좋아해 어떤 점에서는 재능이 있었지만 어떤 점에서는 머리가 약간 모자라 늘 〈멍청이〉라 불리며 프레드리크 형에게 구박 받습니다. 형제는 생김새는 비슷 했지만 성격은 딴판으로 형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언젠가는 대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외교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가는 중이고 동생 요한은 우편배달부가 되는 것조차 실패하고 우체국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어느 날 형 프레드리크가 남긴 캠핑카를 몰지만 나중에 안 사실 프레드리크는 지난 세월 동안 동생을 착취해 온 일과 요한은 이를 몰랐다는 사실, 형은 스트란드베겐가의 열두 칸 반짜리 아파트를 팔아 가졌고 요한에게는 캠핑카만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종말 예언가 페트라의 캐러밴을 쳐서 굴러 떨어지게 만듭니다.

열흘 후에 그 대기인가, 돼지인가 하는 게 무너져 내리면, 세상이 너무 추워져서 네가 죽는다고 했지? 너도 같이 죽어. 맞아, 그랬지.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죽어 버리겠네? ---p.77
종말을 12일 앞두고 종말 예언가 페트라 로클룬드는 목 주위에 밧줄을 꽉 졸라매고 마음이 울적했습니다.예언가는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헤아려 보니 11,052일 이었고 그녀가 기억하는 한에 있어서 살아온 하루하루가 비참했습니다. 아무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녀 또한 누구도 사랑한 적이 없었습니다. 중학교 때 멋진 미소와 친절한 매너의 말테 망누손을 제외하고... 12일을 더 살든, 덜 산든,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 목숨을 끊으려던 바로 그 순간 고리가 천장에서 봅혀 나와 싱크대 아래로 툭 떨어지면서 캐러밴이 서서히 굴러 가기 시작하더니 나무에 부딪혀 멈추었습니다. 멍청하기는 하지만 요리는 끝내주게 잘하는 요한은 나란히 붙어 있는 페달중 어떤게 브레이크 인지 헷갈려 할 때 그 순간 페트라를 만나게 됩니다. 요한은 그녀에게 맛있는 음식과 술을 건냅니다.
묘하게 세상의 낙오자 같은 이 둘은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다 예기치 않게 〈예언가와 멍청이 듀오〉가 되어 즉흥적인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또 다른 우연한 계기로 그들을 도와준 보라색 머리의 할머니 앙네스까지 함께, 셋은 스웨덴에서 육로로 이탈리아에 갔다가 오바마와 반기문을 만나고, 이들을 통해 알게 된 콘도르스라는 나라의 대통령을 만나러 비행기에 오른다. 아프리카 최악의 부패 국가인 콘도르스에서 철창 신세를 지게 된 그때, 숨겨져 있던 비밀이 밝혀지는데……. 배꼽 잡다 배가 고파지는, 웃음 장인이 빚어낸 산뜻하고 다정한 유머가 빛나는 소설의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유쾌한 마법은 이번에도 독자에게 웃음을 선사해 줍니다.
미래의 예언가의 마음은 거세게 소용돌이쳤다. 마음속에서 그녀가 되고 싶은 사람과 현재의 그녀 사이에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그녀의 세계에서 이 싸움은 우주를 행복하게 유영하는 것과 블랙홀에 가차 없이 빨려 들어가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사랑이야. ---p.28
난 정말 바보야! 그가 훌쩍이며 한탄했다. 그런 말 하지마 페트라가 말했다. 세상의 어떤 바보도 너처럼 요리할 수 없어. 넌 마스터 셰프야! 천재란 말이야. 하지만 그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액셀과 브레이크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p.110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통해 처음 만난 작가의 작품은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와 웃음을 선사해줍니다. 결국 가장 똑똑한 사람은 자신이 바보라고 여기는 요한 발데마르 뢰벤훌트 입니다. 15년간 미뤄둔 말테와 페트라의 사랑은 이루어 질지... 그렇게 요한과 페트라 서로 끝내지 못한 숙제를 도와주는 것에 서로 감사를 표합니다. 다음은 요나스 요나손 작가가 어떤 이야기로 우리곁에 찾아올지 기대가 됩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협찬받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