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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 2024.가을 - 123호
시와산문사 편집부 지음 / 시와산문사 / 2024년 9월
평점 :

시와 산문 (계간) : 가을호 [2024] 통권 123
이번 (사회와 문화) 섹션은 의사. 시인으로 유명하신 저자의 글로 이 시대에 누구나 생각해 보아야할 <연명치료중단문제>를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독자로 오래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인 연명치료거부 신청을 한 상태라 글이 궁금해 집니다. 올여름 무더위가 오래도록 이어져서 가을이 짧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신작시와 에세이 등 읽을 거리가 풍부한 시와산문 가을호와 함께 가을을 만킥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는 존엄하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픈 소망이 담겨있지만 , 혹시 조금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데 서둘러 목숨을 앞당기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이런 기대와 두려움은 안락사와 존엄사의 개념에 대한 혼용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p.297 사회와 문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꼭 써야 할까?
높이의 극한을 바라거나
앞만 보는 직선의 낙관주의는
바닥을 바로 보지 못한다
바닥까지 떨어졌다거나
바닥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어둠의 깊디깊은 슬픔을 모른다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다 –바닥 중에서
바닥 즉 가장 낮은 곳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는 작품으로 바닥을 보지 못하고 앞만 보거나 위만 쳐다보는 낙관주의를 직선의 낙관주의라 명명하며 비판합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못했거나 할때 지금 바닥이야 하는 말을 종종 하곤 합니다. 종종 마음의 상태를 말하기도 하죠. 시인의 조명 해설에서는 긍정의 정신과 낮은 것의 시학으로 전종호 시인의 시 세계를 이야기 합니다. 문학의 종류 중 시를 이해하기가 가장 어려운 분야인것 같습니다. 상승과 발전을 믿고 끝없이 전진하는 그런 삶의 태도를 지적하는 것 사실 현실적으로 이런 낙관주의를 믿고 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할지 모른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문명이 바로 이런 낙관주의적 발전론에 의해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바닥의 상상력은 최근 쓴 전종호 시인의 시들에서 이 땅의 바닥에 사는 존재들의 구체적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외에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힘든 노동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파리 목숨>에서도 노동자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간주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님을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 문단에는 이런 식으로 집단에 기대어 작가나 시인을 평가하고 차별하는 일이 아직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시인이나 작가의 출신을 따지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지면을 통해 등단했는지 그리고 시집이나 작품집을 어느 출판사에서 출판했는지를 가지고 시인이나 작가를 평가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p.22
문학은 오직 작품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어떤 시를 어떻게 쓰는지 또 얼마나 진지하게 문학적 성찰을 하고 그것을 치열하게 실천하는지가 시인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항목일 것이라고 합니다. 소설가도 마찬가지일것입니다.
북클립 서평단을 통해 제공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