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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은어
서한나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평점 :

“그러나 우리는 사랑에 빠질 것이다.
해본 적 없는 말을 쏟아낼 것이다.”
대전 페미니스트 문화기획자이자 그룹 보슈BOSHU에서 활동하는 서한나 저자는 [한겨레]에 ‘서울 말고’ 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글을 쓰다 보면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친구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글이 잘 써진다고 합니다. 내 사랑은 그것을 ygus할 단어가 있기 전부터 존재한것 같다는 <사랑의 은어>는 누군가의 눈빛이 조금 다른 것을 육감으로 느낄 수 있듯이 이 모든 사연과 역사가 담기지 않을 바에야 사랑이 아닌 단어를 쓰겠다고 생각합니다.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사랑의 은어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소리는 방음벽에 갇혀 나오질 못하고 있었지만 지축을 흔들어대는 진동으로 그 속의 열기를 짐작할 수 있었고 열은 옷차림이나 방금 먹은 식단, 내일의 스케줄과 상관없이 우리 몸에 옮겨붙었다. 들어갈까? 한 잔만 먹자. ---p.61
누군가를 떠올릴 때마다 울 것 같은 심장이 된다면 그것을 사랑이라고 할까. 그 애를 알고 나서는 새벽바람 맞아도 개운하지 않다면 그것을 죄책감이라고 할까 ---p.93
초라하고 무력한 순간 참담함을 함께 겪은 사람과는 동지가 된다. 동지와 가족 같아지는 사이 우리에게는 또 다른 일이 일어나고야 만다. ---p.151

은어(隱語)는 어떤 계층이나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자기네 구성원들끼리만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입니다. 사랑의 은어는 읽고 나면 기어코 쓴 사람을 찾아내게 만드는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찾아내게도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 책은 독자를 몽로라는 주점에도 데려가고 극장에도 데려가고 당근 샐러드 가게에도 데려가며 정원에도 데려가 줍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말은 많습니다. 하지만 단어를 유추해 내고 표현해 내는 서한나 작가의 이 작품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책 속으로 책속의 장소로 데려다 주며 옛 추억도 꺼내 줍니다. 어느 페이지를 넘겨도 어색하지 않는 이 자연스러움은 작가의 글쓰기의 장점으로 생각됩니다. 이 책을 은어라고 표현하고 싶었던 사랑과 그것을 발명할 줄 아는 더 많은 사람을 발견해 낼 수 있다는 이민경 작가의 추천서가 인상적이었고 공감이 되었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