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개처럼 연출하다_ 방송 인생 35년 쌀집 아저씨의 PD 연대기
김영희 PD하면 모르는 사람이 아마 없을 겁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고 여전히 멈추지 않는 프로듀서 김영희의 《들개처럼 연출하다》는 방송을 꿈꾸는 이에게는 선배 PD로서의 조언을, 인생의 희로애락을 엿보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삶의 진미를 맛보는 들꽃 같은 선물같은 책입니다. “큰일은 인연이 있어야 이루어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 실린 이야기 기대되는 책입니다.
그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기획하는 데 전력을 다하며 기획만 잘 되면 프로그램의 성공은 그냥 따라온다고 합니다. 한달이고 두달이고 밤새워 회의를 하며 멋진 아이템이 튀어나오게 하는 억세게 운 좋은 PD라고 겸손함을 보이지만 누구보다 끈질긴 인내와 강한 집중을 요구하며 양심 냉장고와 느낌표를 탄생 시킵니다.
책은 1부 「설렘」은 저자가 MBC에 입사해 조연출로 방송계에 발을 디딘 에피소드로 시작합니다. 35년 전 호기롭게 요리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며 면접에 합격한 뒤 김완선의 뮤직비디오를 찍게 된 사연과 쟁쟁한 선배들과 일하며 인정받고자 하던 시절의 에피소드, 일본 후지 TV에서 깨달은 것 등 사회초년생이자 신입 PD로서 충실하게 지내던 시절의 일화를 풀어놓습니다.

<칭찬합시다!> 편집실에서 나는 밤새 울고 웃으며 매주 세상을 베우고 알아갔다. ‘인간은 왜 아름다운가?’의 답을 얻었으며, 인간에 대한 믿음을 얻었다. 그러면서 <칭찬합시다!>와 함께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P.106
2부 「희망」과 3부 「운명」에서는 그를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예능 PD로 이끈 [일밤]의 성공적인 코너와 그 일화를 소개합니다. ‘이경규가 간다’에서 이른 새벽 무작정 김대중 총대의 집으로 가 인터뷰를 한 내용과 한밤중 차도에서 신호등을 지킨 운전자에게 ‘양심 냉장고’를 주며 국내 최초 ‘공익적 예능’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릴레이 칭찬 캠페인 [칭찬합시다!], 독서 문화를 새롭게 이룩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이주 노동자들의 가족 상봉을 도운 ‘아시아! 아시아!’, 0교시에 등교하는 청소년들에게 아침밥을 주는 ‘얘들아! 아침밥 먹자!’ 등 시대를 대표하는 참신하고 열정적인 공익 예능의 일화를 거침없이 보여주며 프로그램이 끝났을때 많은 아쉬움이 남은 방송이었습니다.
“쌀집 아저씨, 음악 주세요.”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에 대한 일화를 알게 되었습니다. 외모가 동네 쌀집 배달 아저씨처럼 푸근하게 생겼다고 코미디언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는데, 개그맨 이경실이 방송에서 외치니 색달랐다고 합니다. PD라면 권위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던 시절에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가니 더 좋았고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별명이라고 하네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인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와 양심냉장고를 탄생시킨 이경규가 간다를 비롯해 칭찬합시다, 21세기 위원회, 전파견문록, 느낌표 등 우리나라 예능을 거의 섭력한 주인공 김영희 PD의 반가운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방송의 비하인드와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방송인생 35년간의 내용입니다. 이렇게 35년간 TV라는 야생의 들판에서 들개처럼 뛰어다닌 연출 이야기를 읽으니 그 시절 프로그램을 시청한 열혈 애청자로서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