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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I-II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1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평점 :

멜랑콜리아 I-II
민음사 세계문학전집-431 ,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의 대표작 <멜랑콜리아 I-II>가 민음사 세계문학으로 출간되었습니다. 2023년에 출간되었는데 좋은 기회가 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빛을 사랑했지만 그늘진 인생을 살아야 했던 예술가 라스 헤르테르비그. 그는 위대한 풍경화가가 되고자 같은 노르웨이 출신의 화가 한스 구데가 교수로 재직한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를 찾습니다. 노르웨이의 예술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비극적 일생으로 그려낸 인간 존재의 풍경 자유를 되찾고, 그림을 그려야 하는 주인공을 통해 예술과 사랑이라는 헤르테르비그의 두 가지 운명이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1853년 늦가을 어느 날에 시작하는 이야기는 멜랑코리아 I입니다. 노르웨이의 작은 섬의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퀘이커의 교인이며 화가 지망생으로 독일 뒤셀도르프의 예술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공부하는 라스 헤르테르비그입니다. 헤르테르비그는 1853년 늦가을 오후 어느날 아주 멋진 보라색 코듀로이 양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습니다. 내 그림이 형편없다거나 아예 내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어떡할까 가느다란 손으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째려보듯 똑바로 쳐다보며 당신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이니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 또는 세상 어느 예술 아카데미에서도 공부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더 심하게는 내가 죽어도 화가가 되지는 못하리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계속 자신의 그림에 대한 스승 한스 구데의 평가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나는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나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 빛도 사라질 것이다.”
작품은 타인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무기력하고 마비된 느낌에 사로잡힌 주인공의 내면을 저자는 자세히 표현해 냈습니다.남편과 사별한 헨리에텔 빙켈만의 집에서 하숙하고 그녀의 하숙집 딸 헬레네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멜랑콜리아II 에서는 라스의 누이 올리네가 새롭게 화자로 등장하는데 그녀는 자스와 멀지 않은 외부에서 혈육의 삶으로 바라보는 인물입니다. 모든 희망과 고통을 아우르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과 기본적 행위에 온 시선을 기울이며 노르웨이 국교회에 적을 올렸다가 로마 가톨릭교로 귀의한 작가의 경험과 심경도 표현해 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계기로 욘 포세의 작품이 다시 부각되었습니다. 라수의 누나 올리네의 이야기에서 노년의 고단함과 치매로 인한 병으로 그년의 모습은 처참하지만 마음은 처연합니다. 생선의 커다란 눈알이 사랑하는 사람의 영혼까지 파고 들어갔다는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조금의 변화고 없이 뻣뻣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보려고 하는 것 그 눈알이 단지 공허하게 허공을 쏘아보고 있다는 생각이 남아 있는 것은 생선 눈알과 평온한 빛이었다는 말은 빛을 사랑했지만 그늘진 인생을 살아야 했던 한 인간이 마지막에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마지막 까지 우울합니다. 계속 읽다보면마치 밑바닥 어디에선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자꾸 잡아 당기는 기분이랄까 헤르테르비의 작품을 찾아보면 그가 얼마나 힘든 세상을 살았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19세기말에 실존한 노르웨이의 풍경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Lars Hertervig, 1830~1902)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한 이야기는 역사와 소설적 상상력을 가로 지르며 독자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