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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로서의 서구 - 가야트리 스피박의 <포스트식민 이성 비판> 읽기와 쓰기 ㅣ 우리시대 고전읽기 질문 총서 1
임옥희 지음 / 현암사 / 2012년 5월
평점 :

우리시대 고전읽기 질문 총서01. _타자로서의 서구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어렵게 부를때 ‘타자’라고 합니다. 인도의 학자 겸 페미니스트 평론가로 유명한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이 말하는 학문적 실천방법은 자본주의 사회에 우리의 알권리를 바르고 정확하게 찾기 위해 지금 우리시대 고전 읽기가 필요한 책으로 기대가 되는 시리즈가 출간되었습니다. 시리즈 중 첫 번째로 가야트리 스피박의 <타자로서의 서구>입니다. 2000년대 초 포스트 식민 이성 비판을 처음 접하고 스피박의 사상과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독자의 모습은 많이 변했지만 그때 저자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사상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읽고 그 작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것을 넘어선 비평으로 가야트리 스피박은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비평하는 법에 대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덮고 든 생각입니다. 비평이라는 건 다양한 학문이 교차되어 심리학, 정신분석학, 언어학 등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는 사상이 중요하게 반영되기도 합니다. 비평이론에 익숙하지 못한 독자에게는 스피박이 지적한 여러 문학 작품에 대해 반감을 가져올 수 있으나 깊이 생각해 보면 그건 스피박이 말하는 타자로서의 서구였던 겁니다. 독자나 다른 독자가 문학 작품을 비평하는 글을 쓴다면 또 다른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스운 얘기로 비평가는 언제나 대중들과 친하지 않다고 합니다. 스피박의 비평은 하나의 특정한 이미지에 집중해서 이야기 하므로 그 하나가 전체의 이미지를 흐려지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비평이 권장한 꼼꼼한 읽기는 텍스트가 생산된 사회적 맥락과 텍스트를 철저히 단절시켜 놓았다. 신비평주의자들에게 문학 텍스트는 자족적인 하나의 우주이고 완전한 전체였다. 신비평은 사회적인 맥락을 잘라내고 문화공화국에 안에서 자족하고자 했다. 텍스트 바깥에서 무슨 소란이 일어나더라도 문학 작품은 문학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 ---p.12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깊이에의 강요>를 보면 비평가의 평가와 예술가와 대중들 모두의 평가에 영향을 주는 훌륭한 책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IT분야의 발전과 대형 디지털 플랫폼들의 등장으로 비평과 평론, 리뷰는 더 이상 전문적인 학회나 잡지에서 공인받은 소수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문학비평은 문학작품에서 결점을 찾으려는 행위이고, 비평가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식의 이해 수준을 이제는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결점이 있는 작품도 나름의 어떤 독자에게는 나름의 가치가 있는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우리시대 고전읽기 질문총서는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보편으로 고전의 허구성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시대의 문제적 텍스트들을 읽는 연습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래전에 씌여진 문학작품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는 분명 시대적인 차이도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술술 넘어가는 보통의 책은 분명 아닙니다. 임옥희 저자의 어려운 어휘에 살짝 당황해 사전을 열심히 찾아 읽은 책입니다. 이 시리즈로 철학, 문학, 역사, 문화라는 다양한 실천들에 대해 오랜만에 깊이 사유하는 시간이 될거 같고 또 공부를 해야 한다는 숙제를 독자에게 남긴 책이기도 합니다.게다가 독서의 해박한 지식과 사고를 지니신 책 먹는 하루_사유 @book_sayou 님과 함께 하니 기쁨 두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