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 속에 사는 사람
김정태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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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역경의 삶을 지탱해 온 사유의 힘,

천만 배우 김정태의 첫 시집

30년간 쓰고 모은 시() 마흔일곱 편 수록

 

어려서부터 몸이 유난히 약했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매일 바다를 보며 시인을 꿈꾸었고 허기진 배만큼 사랑이 고팠습니다. 부잣집 아들이 되고 싶었고, 새하얀 운동화가 갖고 싶었던 아이는 자라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품 배우가 되었습니다. 장수상회, 내 심장을 쏴라, 소녀괴담, 박수건달, 7번방의 선물 등 주옥같이 많은 작품을 남겼고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에서 도루코역으로 강한 인상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건 그가 어려서부터 시인을 꿈꿔왔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마흔 일곱 편의 시가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어느 날은 학교에 신고 갈 신발이 없어서 공장 다니던 주인집 누나의 새하얀 프로스펙스 운동화 구겨 신고 학교 갔다가 맞은 일, 부산대를 지날 무렵 매콤한 최루탄 냄새 돌멩이처럼 차를 두드려 자동적으로 창문을 닫게 하고 레미콘 공장을 지나 다시 빵집과 약국을 지나 지산간호대학 담벼락을 쭉 따라 올라가면 언덕 맨 위에 집이 있었고 너무 가난해서 사춘기가 안 왔다고 하는 <중학교 1학년> 시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이렇듯 그의 삶은 한편의 시가 됩니다.

 

이렇게 바람 불어

내 생이 꼭 한가운데로 내몰리면

다시 혼자로 남겠지만

 

그래도 평화롭게 가슴 쓸어내리는

폭풍이 지나간 모든 밤

 

-After The Storm 의 일부

 

 


 

중학교 1학년 시는 자신이 중학교 1학년이었던 1985년을 회고합니다. 학교길과 동네 풍경을 묘가하면서 흘러나오는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 되어>를 따라 부르며 가난한 정서를 시로 표현했습니다. 그 시절 모두가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구멍 난 양말에 전구를 넣고 꿰메 주시던 어머니, 식구가 많아 찢어진 비닐 우산이라도 먼저 가지고 나가야 하기에 비가 오는 아침은 누구보다 부지런했던 독자의 어린 시절도 생각나게 합니다.

 

52세의 젊은 나이의 형을 떠나 보내는 <형에게>,<다시 형에게>는 형을 그리워하는 동생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재로 작가가 그동안 맡았던 배역 친구, 해바라기, 똥개 등 때문에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던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방송을 보기도 했으나 완치되어 건강을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습니다. 보는 인상과 달리 섬세한 면과 풍부한 감수성이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쓰게 했습니다. 아름다운 시라기 보다는 생활시 자전적인 시가 많아서 김정태 배우의 숨겨진 면모를 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명시절을 보내고 생사의 갈림길도 갔다오고 나서야 세상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연기가 좋아서 한 적은 없었고 생계수단이었고 힘들고 어려웠던 단역 시절이 오히려 지금은 그립다고 하네요. 우리 인생은 아주 기다란 장시 같아 그 안에서는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이별도 만남도 모두 들어있다고 했습니다. 시인이 온 삶으로 밀고 나가 쓴 이 시집에서 그 모두가 자연스럽게 녹아 흘러 듭니다. <내 눈 속에 사는 사람>은 김정태라는 한 개인의 고유한 사적 역사인 동시에 동시대를 살아 온 독자에게도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는 시집이었습니다.

 

 

이렇게 그는 시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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