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반니의 방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90
제임스 볼드윈 지음, 김지현(아밀)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20세기 미국 문학과 민권운동의 한 축으로 평가받는 작가로 인종 차별과 섹슈얼리티에 관한 소설, 에세이, 희곡 등을 20권이상 넘게 쓴 제임스 볼드윈의 작품 <조반니의 방>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미국 문학사의 주요 작가이자 글과 행동으로 흑인과 성 소수자 들에게 뚜렷한 영향을 남긴 제임스 볼드윈의 대표작으로 1950년대 파리를 무대로 미국인 데이비드와 이탈리아인 조반니의 비극적인 관계를 그린 작품입니다.
조반니의 방은 한 남자가 시종이관 타자적인 것으로 치부하던 사랑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초래한 자기 파멸의 국면을 여실히 보여 줍니다. 이 사람 데이비드는 고향인 미국을 떠나 파리에서 지내면서 한 술집에서 헬라를 만나 연인이 됩니다. 그는 헬레에게 청혼을 하지만 헬라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며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 버립니다. 혼자 파리에 남은 데이비드는 게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바를 방문하게 되고 거기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이탈리아인 조반니를 만납니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부정 하지만 조반니에게 강하게 끌립니다. “내가 조반니를 처음 만난 것은 파리에서 지낸 지 두 해째 돈이 떨어졌던 시기였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지 않자 파리 외곽 조반니의 방에 같이 살게 되는데... 이렇게 둘의 한 집에 살게 됩니다.
진부한 의문이긴 하지만, 인생의 진짜 난점은 인생이 너무나 진부 하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어두운 길을- 가장 어둡고 위험천만한 구간이 도리어 가장 밝아 보이는 착시 효과가 일어나는 길을 가게 되어 있고, 그 누구도 에덴동산에 머물러 있지는 못한다는 것이 사실이다.---P.43
조반니의 방에 같이 살면서 데이비드는 조반니를 향한 애정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도 느낍니다. 바의 주인인 기욤이 조반니에게 치근덕대며 성추행을 자행하자 데이비드는 조반니를 불쌍히 여기면서도 자신은 조반니와의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 혼돈 속에 살아가는 데이비드는 조반니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데이비드가 끝내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하기를 열망하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파국에 이르게 됩니다. 성 소수자의 내면을 적나라하고 날카롭게 그려 내고, 파리를 중심으로 하는 동성애자들의 문화를 사실적으로 담아낸 이 소설은 20세기 성 소수자 문학과 미국 문학에서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나는 여행 가방을 갖고 문간에 서 있었다. 문고리에 손을 얹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용서해 달라고 빌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그런 애원은 그 자체로 너무나 큰 고백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어떤 식으로든 굴복한다면 영원히 그와 함께 이 방에 갇혀 버릴 터였다.---P.223

“조이는 남자잖아.” 데이비드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은건 청소년 시기로 조이라는 또래의 남자와 첫 경험을 하게 된 후 동성애자로서 온전히 경험하는 순간이 얼마나 자유롭고 꿈같은 일인지 인식하게 됩니다. 조반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있어도 스스로를 극복해 낼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조반니가 얼마나 위태롭고 가련한 인생을 사는지 조반니의 방이라는 공간에 대해 독자는 생각해 봅니다. 방이라고 하면 아늑하고 편하게 쉴 수 있어야 할 공간이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청혼을 받고 생각해 보겠다며 스페인으로 떠난 헬라, 파리에 홀로 남아 있던 데이비드는 이탈리아인 바텐더 조반니에게 반하고, 약혼녀 헬라가 있음에도 조반니에게 마음이 향하는데 ....
작가 제임스 볼드윈은 1924년 미국 뉴욕 할렘에서 약물 중독자인 생부와 헤어지고 목사와 재혼한 어머니와 같이 살았습니다. 유년시절의 성장 환경과 더불어 흑인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은 볼드윈 인생의 커다란 숙제이자 그의 작품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게 됩니다. 그는 미국에서의 인종 차별과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1948년 파리로 이주해서 대부분의 생을 프랑스에서 살았습니다. 이 작품은 미국인 데이비드와 이탈리아인 조반니의 지독한 사랑을 그리고 있고 당시 사회에서 금기시되던 동성애를 다뤄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제목이 주는 편안함과 아름다운 표지의 그림은 책을 넘기는 동시에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더없이 강렬한 감정과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으로 몰입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