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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까지 쫓는다 - 대한민국 최장기 인터폴계장의 국제공조 수사 일지
전재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평점 :

국제 경찰 기구 인터폴 엠블럼 책을 통해 처음 봅니다. 인기영화 범죄도시를 보면 사건을 저지른 범인들이 홍콩이나 베트남, 중국 등 다른 나라로 도망가서 공조 수사를 펼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국외 도피사범이라고 하는데 <지구 끝까지 쫓는다>에서는 지금껏 베일에 가려졌던 인터폴의 국제공조 과정이 전재홍 저자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저자 전재홍은 대한민국 경찰로 역대 최장기 경찰청 인터폴 계장으로 근무하며 지금까지 검거한 도피사범만 2,000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외교 경로를 통한 국제공조 수사의 대표적인 것이 국제형사법 공조라고 합니다.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된 증거 수집, 압수.수색.검증 등의 협조를 상호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런 말 들어 본적 있을 겁니다. 책에서 다룬 첫 번째 사건은 보이스 피싱, 그놈 목소리입니다. “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들은 최저 이율로 대출 가능하십니다.” 이 문구 기억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10여 년 전쯤 거의 모든 시민들이 한 번쯤은 받아봤던 문자. 너무도 유명한 보이스피싱의 대명사 같은 사람 김미영 팀장입니다. 그 당시 피해액만 수십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큰 사건임에 틀림 없었습니다. 그런데 2021년에 필리핀에서 잡고 보니까 김미영은 남자였습니다. 드디어 잡았구나 하고 국내 송환을 하려는데 그런데 필리핀에서 지은 죄가 있어서 국내로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처벌이 끝나면 그때서야 한국으로 데려오는 거였는데 2주 전에 필리핀에서 탈옥을 했다는 겁니다. 다 잡은 범인을 또 놓쳐 버린 이 기막힌 소식을 들은 당시 검거 형사의 심경은 어땠을까요?
사실 공무원 입장에서 범죄자를 잡아도 못 잡아도 월급은 똑같이 나온다. 잡았다고 해서 더 나오는 것 없다. 어떻게 보면 잡으면 처리할 일만 더 많이 생기지만 나는 경찰을 천직으로 생각했기에 이렇게 검거에 집착했던 것 같다. 무슨 일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경찰이란 직업은 단순히 생계 수단이 아닌 천직으로 여길 때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P.100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미국은 영토가 광활하기 때문에 범죄자를 이동시키는 별도의 항공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글입니다. 하늘을 나는 감옥 같은 시스템 ‘콘에서 Convict Airline’라는 별칭인 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가 있어 보입니다. 그밖에 보이스 피싱, 그놈 목소리, 동남아 3대 마약왕 특히 버닝썬 사건, 사탕수수밭 살인사건, 탈북자에서 거물급 마약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전쟁 등 이번에 못 잡으면 다음에 잡으면 된다고 편한 마음을 가졌다면 더 쉬운 출장이 되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성격 때문에 더 많은 성과를 냈을 것입니다. 마약상 김형렬을 국내로 송환시킨 일에서는 경찰관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 하지만 개인에게 주어진 파편적인 권한으로 밀려오는 쓰나미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때가 많았고 사전에 사법기관이 조직적이고 총체적인 대응책을 준비했으면 하는 아쉬움과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극소수의 경찰들이 물의를 일으켜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하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 또 일선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는 경찰관들에 대해 국민으로, 독자로서 감사를 드립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