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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 보부아르와 넬슨 올그런의 사랑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5월
평점 :

연애편지 보부아르와 넬슨 올그런의 사랑
추억과 희망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와 편지를 통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는 인간적이고 살아 있는 행복한 감정을 만들 수 있을까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든 것을 말하고 싶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은 감정이 편지라기 보다는 감정에 솔직한 17년간의 일기장이라고 생각됩니다. 1981년 올그런이 세상을 먼저 떠났으니 보부아르의 마음이 어떠 했을까요
“나의 남편”에게 보낸 보부아르의 ‘연애편지’
“안녕이든 아듀든 저는 시카고에서 보낸 이틀을 잊지 않겠어요. 제 말은 당신을 잊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1947년 2월 보부아르는 올그런에게 보내는 첫 편지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습니다. 문장이 예언이 된 듯, 서로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던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집니다. 보부아르는 올그런을 “지극히 사랑하는 나의 남편”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시대를 생각하면 획기적인 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올그런이 선물한 반지를 두고 편지에서 “제가 당신에게 속해 있다는 은밀한 표시인 그것을 한순간도 손가락에서 빼놓지 않아요”라고 말했고, 실제로 죽을 때까지 이를 간직했다고 합니다.
“당신에게 안녕이라 말하는 것이, 어쩌면 제 생애에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이별의 인사 ‘아듀’를 고한다는 것 같아 맘에 들지 않았어요. ” _1947년 2월 23일 토요일 저녁, 캘리포니아행 기차에서
현대 여성학의 성서라 불리는 『제2의 성』을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가 미국 소설가 넬슨 올그런에게 17년간 보낸 304통의 연서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연애편지』가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페미니스트인 보부아르는 전통적인 결혼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계약 결혼 형태로 장 폴 사르트르와의 관계를 50년 넘게 유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연애편지』는 그런 그녀가 서른아홉부터 쉰여섯 살까지 사르트르가 아닌 다른 남자와 나눈 사랑의 희로애락이 내밀하게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이 지닌 모든 얼굴과 마주해야 해요”
넬슨, 제 사랑의 강도를 느끼도록 노력해 줘요.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당신을 웃게 만드는 뭔가를 주기를 간절히 희망해요. 당신을 원하고, 당신이 이러한 사실을 알기를 원해요. 당신이 제 가슴속에서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지 알았으면 좋겠고, 그것이 당신을 기쁘게 했으면 좋겠어요.
- 1950년 5월 10일_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보내는 편지
비전 스트리트의 황금 팔의 도스토예프스키, 귀여운 일본 여자와 시카고 여자와 콘로이, 괴물의 어머니, 게리의 친구들, 서점 주인 매우 친근한 그 모든 사람의 소식과 시몬을 둘러싼 나쁜 비평까지도 알아야 하고 포용하겠다는 마음과 함께 궁금하다고 편지에 적습니다. 시몬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와 연애 편지 속 등장하는 작가 알베르 카뮈와 앙드레 지드, 미술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자신이 만난 수많은 이를 언급하고 새로 나온 연극과 영화, 그와 사르트르가 신경을 쏟는 사회운동을 이야기 합니다. 그 시절 프랑스 예술 세계도 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17년간 한 남자를 향했던 304통의 ‘연애편지’ 페미니즘 철학가로 알려진 보부아르를 다시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