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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열두 달 -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음, 우진하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평점 :

제국의 열두 달 _ 고대 이집트에서 1년 살기
투트모세 4세는 고대 이집트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다소 수수께끼와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할아버지인 투트모세 3세과 아버지인 아멘호테프2세 같은 전사 파라오의 시대에 존재했던 역사적 정체성이 모호한 과도기적 인물입니다. 그의 아들 아멘호테프 3세는 엄청난 부를 물려받아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던 시기를 다스리게 됩니다. 투트모세 4세는 기원전 1400년에서 1390년까지 10년 정도 이집트 제국을 통치했으며 중요한 정복 정쟁에는 거의 참전하지 않았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고굴꾼들은 대부분 아마포와 기름, 귀금속, 보석, 장식구처럼 밖으로가져가 처분할 수 있는 갑비싼 물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도굴은 수지 맞는 장사였지만 극형을 받는 중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범인은 화형이나 말뚝에 찔리는 방식으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 책은 고대 이집트가 번영하던 시기에 대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일종의 역사소설로 창작한 이야기가 더해져서 어렵지 않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노역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농부, 만선을 기원하는 나일강의 어부, 완벽한 미라제작을 추구하는 미라 장인,파라오의 건강을 책임지는 궁전 의사 이들이 이집트에 살았던 백성들입니다.
로이는 일하는 동안에는 말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주인 또한 탁월한 솜씨를 지닌 뛰어난 일꾼을 방해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는 편이 더 낫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스물다섯 살 그는 아직 부모와 함께 살며 여자에겐 관심이 없습니다.사람들은 그런 그에게 어울리는 짝이 있다면, 진흙으로 구운 항아리일 거라며 농담을 던지곤 합니다.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둥글넓적한 항아리를 수백 개나 구워냈는데, 특별히 어렵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의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농부인 바키는 파라오의 죽음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도대체 이집트의 통치자가 자신을 위해 해준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하고 불만을 나타냅니다. 자신과 같은 백성들에게서 세금을 쥐어짜가서는 잘 먹고 잘 살며, 백성들은 상상도 못 할 호화스러운 삶을 살지 않았던가. 파라오는 멤피스와 테베에 화려한 궁전을 지어 살았고, 번드르르한 배와 전차를 타고 이집트 전역을 돌아다녔으며, 자신의 변덕과 명령을 받아주는 시종과 관리도 잔뜩 데리고 있었습니다.그러나 이내 바키는 이집트의 백성으로서 파라오 아멘호테프가 살아 있을 때나 죽었을 때나 신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머릿속에서 불경한 생각들을 지워버립니다.

생생함을 더해주듯 풍성한 이미지의 그림과 사진!
우리가 알고 있는 이집트 문화에 대한 지식은 대부분 남아 있는 사원이나 묘지 그리고 종교와 관련된 기념물들입니다. 이집트 사람들이 자신들이 영생을 기원하며 이런 건축물과 기념비를 세웠지만 그들 삶의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만 지금까지 전해져 있습니다. 저자는 인문학부의 저명한 교수로 또 고고학자로서 고대 이집트 연구에 노력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아멘호테프 2세와 왕족들 그의 후계자인 투트모세4세와 관료들의 기록이나 유적들은 확실하게 증명된 인물이라고 합니다. 왕족들외에 고대 이집트의 문명에 살았던 농부, 어부, 별돌공이, 옹기장이, 양조업자 등 평범한 백성들의 삶도 들여가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는 상대적으로 교육을 받은 소수의 사람만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문화였고 상형문자를 비롯해 고대 이집트문자, 이집트의 역사, 경제, 종교 등 1년이라는 시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독특하고 신선했습니다. 영어이름의 멤피스에 있는 프타신의 신전 이름인 후트 카 프다에서 ‘이집트’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이집트하면 피라미드, 나일강, 파라호의 얄팍한 지식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유익한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