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사기꾼들 이판사판
신조 고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쿠미는 도내의 어느 중개회사 응접실에서 부동산 거래 결제에 입회하고 있었습니다. 매도인 대역을 동원해서 매수인에게 2억엔 가까운 돈을 사취하는 프로젝트인데 이제 잔금이 입금되기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입니다. 비슷한 규모의 현장을 몇 번 경험한 다쿠미는 계획대로 진행되어 가는 상황을 어느새 노련한 포커페이스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매수인은 주고쿠 지방에 사는 삼십대 남성, 어머니가 회사를 경영하다 난치병에 걸려 자신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업을 잇고 있었고 부동산 투자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성실한 인격이 언행 하나하나 베어 있어 다쿠미 일당을 의심하는 기미조차 찾기 어렵네요.

 

 

당시 의사를 사칭하던 그자의 정체를 간파했더라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도 파멸하지 않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 매수자도 어느 대목에선가 이상을 눈치챘다면 사기를 당하지 않을 만한 식견을 갖추었다면 거액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P.111

 

매수자를 동정하는 마음은 없었다. 강인한 자가 웃고 나약한 자가 운다. RM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예전에 자신이 탈탈 털렸듯이 나약한 자는 탈탈 털리면 되는 것이다.---P.112

 

마키타는 상대방을 차분하게 만들려고 문득 화제를 다른쪽으로 돌립니다. “뉴스 못 보셨습니까. 부동산 전문 사기꾼입니다. 난리도 아닌가 봐요, 요즘, 그 세키요하우스도 백 억인지 몇 억인지를 지면사에게 털렸다고 하던데요. 일본에서 연일 보도되는 믿기지 않는 지면사들의 수법에 놀랍습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건 전부 남의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10년사이에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일반 봉급생활자들은 10년을 안쓰고 모아도 내집 장만하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부동산 거품이 일고 있을 때 지면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때입니다. 자신이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어둠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보다는 이미 알고 있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을겁니다. <도쿄 사기꾼들>의 소설은 어둠의 실체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동안 이런 전화 자주 받은적 있습니다. “좋은 땅이 나왔는데” ... 라고 하루에도 여러차례 오는 부동산, 땅 매물 전화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던 부동산 호가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2017년에 일어난 세키스이하우스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로 돈을 부풀려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아 사기를 치고 이자와 원금까지 돌려 받지 못한 투자자들의 뉴스는 연일 계속 됩니다. 이렇게 부동산 사기는 요즘에도 많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번 책 도쿄 사기꾼들은 이런 부동산 매매를 미끼로 거액의 돈을 가로채는 사기꾼 집단 지면사에 대한 이야기로 전대미문의 사건을 그린 범죄 서스펜스로 신조 고 작가의 최고 걸작이라고 합니다. 부동산에 문외안인 독자로서 지면사라는 말이 생소했습니다. 앞으로 넷플릭스로도 공개가 될 예정이라고 해서 미리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이판사판 시리즈7번째입니다. 이판사판이란 이판과 사판이 합쳐진 말고 불교용어로서 불법의 맥을 잇기 위해 자신들의 소임을 다한 사판승과 이판승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10편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이제 3편만 남은 셈입니다. 주제는 무거우나 결코 어렵지 않게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