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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여자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5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민음사 / 2024년 2월
평점 :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전부 보부아르 덕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 법조인 출신 아마추어 배우 조르주 드 보부아르와 베르됭 출신 프랑수아즈 브라쇠르 사이에서 태어났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보부아르의 가문은 한 때 귀족이었습니다. 파리에서 태어난 보부아르는 명문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으나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뫼즈 은행의 은행장인 외할아버지 귀스타브 브라쇠르가 파산하면서 가난에 허덕이게 되고 생계 문제로 인해 부부관계까지 악화됩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원했으나 두 딸만은 얻었고 계약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 <초대받은 여자>의 내용에 많이 작가의 경험이 반영된 건 아닌지 생각됩니다. 자라난 환경의 중요함 또 한번 느낍니다.
자비에르가 파리에 정착하면서 가져온 피로와 권태, 심지어 재앙마저 프랑수아즈는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자신의 삶을 이루는 순간에 해당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세계는 그녀의 눈앞에 마치 거대한 금기 같은 모습으로 우뚝 서 있고 이제 막 성취한 것은 바로 그녀라는 실족의 몰락이었습니다.
경멸과 기만의 대상이 된 그자비에르는 이제 더 이상 프랑수아즈가 세상에서 차지할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자기만의 운명 한가운데서 장애물 없이 홀로 실재하고 있었는데 프랑수아즈는 그자비에르가 실제로 사라지지 않는 한 객체로 전락할 위험에 끊임없이 노출될 수 밖에 없음을 절감합니다. 피에프, 제르베르와 은밀히 주고받은 편지 내용을 그자비에르에게 발각당하고 하는데 그때 시기하고 배신을 저지르고 죄를 범한 여자라고 낙인찍힌 채 한평생을 패배자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며 이야기는 위기감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고독과 마주한 채, 공간과 시간을 넘어서, 적의를 지닌 현존이 존재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오래전부터 자신의 눈먼 그림자로 그녀를 짓누르던 현존이, 바로 그것이 저기에 존재하고 있었다.---p.367
“그 애인가, 나인가.” 그녀는 밸브를 내렸다. p.368 내 것이 아닌 다른 의식이 어찌 실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의 위험한 행동에 독자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소설의 결말을 프랑수아즈는 끔찍하게 마무리 합니다. 작품은 극단적 이기주의인 프랑수아즈만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자비에르가 등장한뒤 프랑수아즈가 겪는 모든 일들 서로 같이 잘 사는 길을 택하지 못한 여러 인물들에게도 있겠지요. 프랑수아즈의 최종 선택은 무서운 욕망에 사로잡혀 자기만의 세계에 자신을 가두고 그 세계는 자신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다양한 자유가 존재하고 충돌하지만 완벽한 결말을 맺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극단으로 자신을 몰아세워 타인을 헤하려는 생각은 너무 위험했습니다. 프랑수아즈, 피에르, 그자비에르의 삼각관계는 예상대로 비극을 맞고 맙니다. 인간이라면 반드시 따를 수밖에 없는 규범의 존재를 따를 때만이 갈등을 온전해 해소할 수 있다는 낙관주의를 깨뜨리는 보부아르만의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비극이어서 더 아름다웠던 작품 초대받은 여자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