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세 자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288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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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세 자매

 

안톤 체호프의 대표 희곡과 숨은 명작 단편소설을 엮은 선집 아내·세 자매가 러시아 문학 교수 오종우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아내는 대기근과 역병이 러시아를 휩쓴 1890년대 초를 배경으로 농민 구제 사업을 펼치려는 지식인 파벨 안드레예비치와 나탈리야 가브릴로브나가 겪는 부부간의 갈등을 따라가며 어떻게 사람답게 살 것인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안톤 체호프의 대표적인 희곡으로 손꼽히는 작품 기대가 됩니다.

 

 

나는 아내를 보며 환하게 미소 짓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는 모른다.---P.85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아내>의 작품의 주인공은 불안하고 불편했던 마음이 이러저러한 상황이 아닌 자기 삶의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점차 알아갑니다. 1891년 대기근이 러시아를 휩쓸었고 이듬해는 콜레라가 퍼져 젬스트보 의사였던 체호프는 이 시기 의료 활용에 전념하며 대기근으로 고통받는 빈민을 구제 하는데 힘썼고 이때의 경험을 담아 쓴 작품이 <아내>입니다. 기아에 시달리는 빈농을 위해 자선 사업을 벌이는 부부의 이야기를 전개하며 자기 비움, <케노시스>의 문제를 이야기 합니다.

 

 

케노시스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도스토옙스키가 평생을 고민하며 풀어내고자 했던 주제를 길지 않고 간결하게 이야기 합니다. 주인공 파벨 안드레예비치는 문벌가에서 태어나 큰 재산을 물려받아 좋은 교육을 받고 높은 관직에 오른 인물로 태어났을 때 부터 평범한 사람,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아내와 달리 많은 혜택을 누렸습니다. 이런 그가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굶주림 농민들 때문인지 집에 도둑이 들었기 때문인지 우울한 겨울 날씨 탓인지 몇 년 때 위아래 층에 서로 떨어져 사는 아내와의 불화 때문인지 알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전부터 자주 극도로 불편한 순간이 찾아왔던 이유는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 자체 때문이라는 비밀을 결국 알게 됩니다. 즉 자기 삶의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을 내려 놓고 재산도 전부 내놓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의 시작은 갈등하는 부부가 서로 대립하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사실 위층 세계에 머물던 남자는 아래층 세계의 아내의 세계를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아래층은 천장도 낮고 아늑하고 따뜻하다 남자는 아래층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수도원 같은 분위기를 띠는 동시에 아내의 풍성한 머리카락처럼 그를 매료시키는 관능의 영역이라고 하루동안의 여행이 남자를 변하게 했습니다.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을 비움으로써 진정한 평화는 찾아왔습니다. 사람들은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남탓을 하기 일쑤입니다. 자선파티가 열리는 마지막 장면이야 말로 우리를 되돌아 보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세 자매>는 체호프의 대표 희곡 중 하나로 손꼽힌다. 4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죽은 후 시골에 남게 된 세 자매와 아들 안드레이의 생활을 그려낸 작품이다. 체호프는 이 작품을 통해 러시아의 나약하고 무기력한 지식인의 모습들을 비판하고 있다. 작품은 암울한 기조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적인 미래를 심어 놓고 있다. 세 자매가 말하는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는 대사는 이러한 희망을 저버리고 있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19세기 말 격동하는 러시아의 역사에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힘없는 러시아 중류층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프로조로프 집에 그의 누이 셋이 모두 모이게 되며 셋째인 이리나의 명명일을 축하하기 위해서인데 가족들은 모두 1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이 모임에 아버지와 함께 복무했던 아버지의 친구들도 찾아오고 새로 부임한 중령 베르쉬닌이 모스크바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세 자매인 올가 , 마샤, 이리나는 자신들이 아버지와 같이 살았던 모스크바를 회상하며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자매들은 교수가 꿈인 남동생 안드레이를 사람들 앞에 소개하고, 사람들은 미래의 생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한다. 투젠바흐 니콜라이 리보비치 중위는 모든 사람이 일 속에서 기쁨을 찾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갑자기 도시에 큰 불이 나는 바람에 사람들이 피신하기 위해 세 자매의 집을 찾아오고 이리나는 그토록 가고 싶은 모스크바에도 갈 수 없게 된 상황에 실망하여 울음을 터뜨리는데 마샤는 베르쉬닌 중령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숨길 수 없어 올가와 이리나에게 털어놓습니다.

 

도시에 주둔해 있던 군대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가며 사람들은 이별을 하게 된다. 이리나는 뚜젠바흐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고 함께 떠나기로 한다. 마샤는 결국 베르쉬닌과 헤어지게 되는데 켜본 꿀이리나를 동시에 사랑했던 뚜젠바흐와 솔료이느는 결투를 한다. 마당에서 유모차를 끌고 돌아다니던 안드레이는 자신의 꿈인 교수가 되지 못한 것에 실망하고 서기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한탄한다. 웅장한 행진곡 속에 군대는 떠나가고 그 사이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얼마 후 뚜젠바흐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이리나는 혼자서 떠나기로 마음을 먹게 되는데 큰 언니 올가는 동생들에게 세상을 힘차게 살아가자고 이야기한다.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더 큰 의미를 만들어 내는 삶 이것이야말로 진정 바로 견디는 삶입니다. 필요 이상의 무게를 얹으면 인생을 구겨지고 맙니다. 마지막까지 반복되는 체부티킨의 유행가는 작품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샤: 음악 소리가 들려! 다들 우리를 떠나나봐. 한 사람은 영원히, 영원히 떠나 버렸고, 우리만 남았어. 다시 우리의 삶으 시작해야 할 텐데. 살아가야 할 텐데..... . 살아가야 할 텐데.... . ---p.212 세 자매

 

올가: 우리가 세상을 떠나면, 우리는 잊힐 거야. 우리의 얼굴도 목소리도, 우리가 세 자매였다는 것도 잊힐 거야. 하지만 우리의 시련은 우리 뒤에 살아갈 사람들에게 기쁨으로 바뀌어 지상에 행복과 평화가 찾아올 거야. ---p.213 세 자매

 

 

마샤는 두 자매에게 자신이 베르쉬닌을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사랑으로 인한 행복보다 불안정, 혼란만 넘치는 마샤의 말은 이러한 사랑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체호프의 작품 중에서 가장 복잡한 희곡으로 평가되는 대표 희곡으로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그려내 독자로 하여금 세 자매가 말하는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는 대사는 이러한 희망을 저버리고 있지 않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19세기 말 격동하는 러시아의 역사에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힘없는 러시아 중류층의 삶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두 편의 단편소설은 독자에게 어떻게 타인과 함께 사람답게 살 것인지 자연스럽게 물으며 그 정답 없는 질문에 관한 사유에 접어들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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