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 만든 천국
심너울 지음 / 래빗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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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날개를 달고 태어난 우물 안의 개구리였어요.

날개가 없었으면 행복했을 텐데.”

 

 

한국SF어워드 대상, 부산국제영화제 토리코믹스어워드 수상에 빛나는 심너울 작가의 신간이 도착했습니다. 마법이 존재하는 21세기 한국, 재능과 노력이 무시되는 응답 없는 사회의 환상 거울, 자기 힘의 근원을 누가 팔까 싶지만 절박하면 장기도 떼어내는 세상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이들은 부유한 이들에게 푼돈에 불과한 금액을 받고 수술대에 오릅니다. 여러 작품이 많지만 독자는 <초월하는 세계의 사랑>에서 먼저 만나본 작가의 작품입니다. 천박한 사회의 민낯을 환상적인 SF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작품 기대됩니다.

 

 

이름이 허무한 이라면 어떨까요? 허무한이 태어날 때 의료진은 허무한의 몸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 입자로 이루어진 안개, 뭔가 특별한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태어난 허무한은 세상에서 마력을 가진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에서도 특출나게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기대가 없었던 부모님은 무한아, 니는 이 세상을 바꿔놓을 능력을 타고났다. 내가 뭘 해서라도 니는 서울로 보내야긋다. 이런 촌구석에서 썩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라고 말합니다. 허무한은 서울로 가 S대 의대에 입학해 마법의학 전공의가 되고 싶었다.

 

준이 마력이 완전 제로라는거 어머니도 알고 있었다. “선생님 혹시...... 우리 준이한테 헌혈해 줄 수 있을까요? 값은 아주 두둑하게 치를게요.” 허무한은 경악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그녀가 말한 헌혈은 단순한 피의 전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 마력의 근원은 ‘Plasma Potentiale’ , 혹은 역장(力漿)이라는 이름의 체액이다. 이 보랏빛 액체는 마법적 재능이 있는 사람의 골수에서 정제해낼 수 있다. 중국 장편소설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에서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허삼관이 떠오릅니다. 창원 외곽의 바닷가 촌구석에서 회를 팔아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부모를 생각하면 .... 허무한 한테 있는 근원의 마력을 판매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아빠, 제가 여기서 본 게 뭔지 아세요? 공부만 한다고 다된다? 진짜 그랬으면 좋을 텐데. 아니에요. 그런거 없어요. 제 마력, 축복이라고 생각했던 마력이 저주였어요. 차라리 아무 힘도 없이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p.63-64




우물 안에 사는 개구리는 자기 처지가 나쁘지 않을거에요. 거기는 매일매일 축축하고 먹을 것도 충분할 테니 뭐가 불만일까요. 허무한이 어릴 때부터 꿈꾸던 , 서울로 싱장되던 더 나는 세상, 더 완벽하고 빛나는 세상 같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가 선망하던 세상은 허무한이 자신의 고향에서 맡았던 비린내 같은, 아니 그보다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목격했으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때 한국 야구계의 신성으로 받아들여졌던 유망주 임현재는 다른 선수와 바꿔볼 만한 트레이드 자원 정도로 전락해 이구단 저구단을 전전하게 되었습니다. 몇 개월만에 다시 1군으로 그라운드를 밟게되었지만 임현재가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상환은 아니었습니다.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는 와중 임현재는 초,,고를 함께 한 에이스 투수 강산을 상대하게 됩니다. 강산이 전신에서 쥐어짠 힘에 더해 마력이 더해진 그 공은 시속 165킬로미터의 속도로 날아오고 그 공을 치려하지만 배트는 공에 스치지도 못합니다. 한편 이준은 치명적인 수준의 마력 중독에 빠져 장기는 손상되고 학교를 떠나 재활 치료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이준도 자신의 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마력이 아니었다면 자기는 그냥저냥 괜찮은 삶을 살았을 거라고 적어도 이준에게 마력은 힘이 아니라 오롯이 저주였다고... 이 마력의 힘을 현재에게 주고 싶다고

 

 

 

평범한 사람들은 도시에서 살아남고 꿈을 이루고자 영혼까지 끌어서 자신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돈을 위해 자신의 존엄마저 헐값에 넘겨야 하는 현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내 청춘 내 전부를 다 갈아야만 하는 갈아 만든 천국은 이러한 천박한 사회의 민낯을 가장 환상적인 방식으로 가장 리얼하게 반영한 심너울 작가의 탁월한 작품입니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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