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 윤동주의 시를 일본 교과서에 수록한 국민 시인, 개정판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윤수현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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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이바라기 노리코 시인의 특별한 시집이 한권을 읽었습니다. 현대시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되는 내가 가장 예뻤을 때로 유명한 시인입니다. 이바라기 노리코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시인이라고 합니다. 한국어를 직접 배웠을 뿐 아니라 동시대 한국 시인들의 시를 일본어로 번역하였고, 시와 수필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리기도 했다고 하니 왠지 시집에 애착이 가고 친숙한 기분이 듭니다. 하나더 놀라운 사실은 일본 교과서에 윤동주 시인의 시4편도 수록한 시인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제법 쌀쌀 하지만 시집과 함께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면서 읽은 시집입니다.

 

 

이바라기 노리코는 오사카에서 태어나 시 잡지 시학의 투고란 시학 연구회에 투고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두 편을 투고하였으며, 그 중 한 편인 유소로운 노래가 선자 무라노 시로 선정되어 19509월호에 게재되기도 했으며 1976년부터 한국어를 배우시 시작해서 일본에 한국 현대시를 소개하는데 주력한 시인입니다. 이바라키 노리코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그녀가 32살 때에 20대 초기를 회상하며 쓴 시로서 일본의 국정교과서에도 실렸습니다.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시인이었나 봅니다.

 


 

온 거리가 대공습으로 와르르 무너진 건물 안에서 천정을 보았을 때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였다는 증언으로 시작하는 이 시에는 죽어가는 사람들, 전쟁에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 남자들이 등장합니다. 이 전쟁을 시인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단정 짓습니다. 남자도 흉내 내기 힘든 대담한 표현입니다. “비굴한 도시를 으스대며 쏘다녔다는 표현처럼 그녀는 자유롭게 활보합니다. 마지막 연에 나오는 루오 역시 뒤늦게 명성을 얻은 할아버지 화가이다. 루오처럼 뒤늦게라도 청춘을 즐기고 싶다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시인은 역경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노래로 이 시를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꽈르릉하고 무너지고

생각도 못한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이바라기 노리코는 2006년에 세상을 떠나기 전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 시는 희로애락 가운데 노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은 노여움이 많을까요? 일본에 대한 과거의 감정이 그렇지 않나 생각됩니다. 한국시에는 그 노가 있다.” 그리고 일본에는 서정시인만 있다. 의미 심장한 말입니다. 전쟁을 같이 겪고 우리와 이웃해 비슷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시인이 이야기하는 점은 전혀 달랐습니다. 시인의 사회적 영향력도 한국에 비해 미약하다고 말한 냉철한 시인으로 일본 시인들을 향해 이렇게 거침없는 비판을 할 수 있는 지식인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과 교류하고 한국과 한글과 윤동주를 사랑한 가장 매력적인 일본의 여류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집은 독자가 시인을 처음 알고 접한 첫 시집입니다. 가장 유명한 시 내가 가장 예뻤을 때시를 꼭 읽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이런 엉터리 없는 일이 있느냐고/ 블라우스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뻣을때가 반복되면서 반전을 주는 점이 재미있는 시입니다. 한국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10년이상 공부한 시인의 <이웃나라의 말의 숲>시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시집을 많이 읽지 않는 요즘 스타북스에서 출간된 두권의 시집이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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