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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판사란 무엇이며, 판결이란 무엇인가
손호영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2월
평점 :

“판결도 하나의 이야기이고, 콘텐츠다.”
판사란 어떤 사람이고 판결은 무엇인가? 인간 판사의 언어와 사유를 탐구하는 손호영 대법원 현직 판사의 에세이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이 동아시아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그동안 뉴스로만 접했던 땅콩 회항, 얼음정수기, 모다모다 샴푸 사건부터 친부 성범죄, 베트남인 부인 살해, 아이 바꿔치기 사건까지 세간의 이목을 끈 28가지 키워드로 풀어낸 판결문에 대한 현직 판사의 진솔한 이야기입니다.

“판결은 판사나 법률가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된다.”
이 글 첫머리에 적힌 판결은 판사 스스로 하는 다짐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허위, 과장, 왜곡, 착오를 배제하고 진실을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그런 다짐 말이다.---p.66
하버드 교수이자 정치 철학가인 마이클 샌델이 지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을 행복, 자유, 미덕을 들었습니다. 즉 정의가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수 있는지 혹은 사회 구성원 각각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하는지로 정의로움을 결정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법을 집행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스라엘 법원의 가석방 판례를 분석한 미국 컬럽비아 대학의 한 교수가 내린 결론은 판사들이 많은 업무로 인해 반복적 판결을 할 때 상황을 유지하는 가석방 불허를 선호하다는 자료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하고 또 자기가 쓴 판결로 남는 사람이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이슈가 큰 사건들을 뉴스에서 접하다 보면 판사들의 합의문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합의 과정이 공개될 경우 그때부터 외부의 시선과 의견이 개입되어 재판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꼼꼼하고 정돈된, 차가운 결론을 내리기 위해 판사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이해가 됩니다.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에서는 3부에 걸쳐 판사는 판결문을 쓸 때 무엇을 쓰는지, 판사는 무엇에 기대어 판결문을 쓰는지, 판결에서 엿볼 수 있는 판사와 판결의 의외의 면모까지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바람직한 판사가 가진 생각을 들여다 볼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된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20년 전 저자가 던진 의문에 조심스럽게 답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나는 무엇을 공부하는 걸까?’ 사회의 규칙을 공부하는 것이다. 다만 그 규칙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법학은 본질적인 규범을 다루는 학문이므로 법학과 다른 학문을 모두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법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진솔한 책입니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