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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평점 :

“항복하면 죽는다. 우리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
『저주토끼』로 만나게 된 믿고 보는 정보라 작가의 신작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는 장애, 노동, 기후와 생태 등 우리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사랑이라는 사실로 독자들에게 다가왔습니다.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 여섯 종의 해양 생물과 얽혀 갑자기 연행되고 억류되기를 반복하면서 해양 생물의 연작을 이야기 하는 책입니다. 치열하게 저항하는 첫 자전적 SF소설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인간은 이제 미래 세대를 보존하기 위해 점점 더 크게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p.230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노화와 고통과 돌봄과 상실의 미래에 이제는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질병과 장애의 두려움이 추가되어 미래의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작품은 자꾸만 말하는 해양 (외계) 생물과 마주치는 ‘나’와 ‘남편(위원장님)’은 정체 모를 검은 양복 군단에게 연행 됩니다. 이상하고 기묘한 사건들에 휘말리는 와중에도 이들은 “열받으니까” 잘못된 일에 목소리를 내고 시대의 불합리와 대결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6편의 연작소설로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소속이고 2018년에 우리 노조는 국회 앞에서 고등교육법 개정 농성을 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끝이지 않는 갈등 속에 농성과 데모도 하면서 수업도 열심히 한 작가는 전동 러시아 문학과 문화를 수업하면서 러시아 뉴스를 요약해 학생들에게 알려주며 현재 러시아가 돌아가는 상황을 알려 주었습니다. 러시아 정부가 흑해와 발트해 등 여러 바다를 다양한 방식으로 망가뜨리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 그리고 응급실에서 기다리면서, 나는 하늘과 바다가 뒤집히던 순간 온몸을 통과하던 파동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세상이 맥박 치고 우주가 진동하는 그 파동을 통해서, 물속을 질주하던 빛나는 존재들은 서로에게 외쳤다.
― 저항하라. ---p.236 「고래」중에서
러시아는 크름반도를 점유한후 우크라이나 정부가 본토에서 크름반도로 식수를 전달하지 못하도록 막았고 지하수를 찾는다면 흑해 바닥에 구멍도 뚫었다고 합니다. 독자는 이런 사실은 전혀 몰랐던 내용입니다.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해고 처분과 장애인의 이동권을 무시한 시설, 작은 나라의 이권을 호시탐탐 노리는 21세기 제국주의, 이것은 총 칼을 들고 싸우는 전쟁보다도 사실 더 무서운 일입니다. 잔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 다양한 현안이 다뤄지며 이에 맞서 조금씩 세계의 변화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용기 있는 걸음을 보여주는 참신하고 뜻깊은 작품입니다.
춫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