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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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로의 나이에 겨우 혼자서 쓰기 공부를 쓰기 시작한 백면의 서생일 뿐이라는 동인문학상 수상소감에서 작가는 이야기 했습니다. 삶은 견딜 수 없이 절망적이고 무의미하다는 현실의 운명과 이 무의미한 삶을 무의미한 채로 방치할 수는 없는 생명의 운명이 원고지 위에서 마주 부딪히고 있다. 2001년 출간된 칼의 노래의 개정판.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시작할 무렵부터 임진왜란 중 장렬하게 전사하기까지의 삶을 당대의 국내외적 사건 속에서 생생하게 다루고 있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선정도서로 좋은 기회가 되어 오랜만에 다시 읽은 책입니다.

 

 

명량, 한산에 이어 노량까지 영웅 이순신의 내용을 다룬 영화는 계속 됩니다. 그만큼 영웅이 그리운 시대에 스크린을 통해서라도 영웅을 그리는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책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은 조선 수군의 수장으로 일본 수군의 이동을 저지하고 남해의 제해권을 장악하였으나 조정과 국왕 선조는 그의 공을 치하하는 대신 관직을 빼앗고 백의종군시킨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직을 박탈당한 1597년에서 이후 다시 전선에 나간 뒤 노량해전에서 총탄에 맞고 전사한 1598년까지 약 2년의 이야기 입니다.




 

나는 죽음을 죽음으로써 각오할 수는 없었다. 나는 각오되지 않는 죽음이 두려웠다. 내 생물적 목숨의 끝장이 두려웠다기 보다는 죽어서 더 이상 이 무내용한 고통의 세상에 손댈 수 없게 되는 운명이 두려웠다. ---p.209 아무 일도 없는 바다 중에서

 

저자는 당대의 사건들 속에서 이순신의 드러나 있는 궤적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복원하여 현실성을 부여하되, 소설 고유의 이순신 1인칭 서술을 일관되게 유지하여 전투 전후의 심사, 넷째 아들 면의 혈육의 죽음에도 숨죽여 울 수 밖에 없었던 심정과 한 여인과의 통정, 4백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달라진 바 없는 한국 문화의 혼미한 정체성, 정치와 권력의 폭력성, 죽음에 대한 사유, ()과 무()의 멀고 가까움과 한 나라의 생사를 책임진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의 장군으로서의 고뇌 등을 드러내고 사회 안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 서술해 줍니다.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은 내가 임금의 칼에 죽으면 적은 임금에게도 갈것이었고 내가 적의 칼에 죽어도 저은 임금에게도 갈 것이다. 적의 칼과 임금의 칼 사이에서 바다는 아득히 넓었고 나는 몸 둘 곳 없었다.”이 말은 면사첩을 받던 날 명량에서 칼을 올려놓은 시렁아래에서 환도 두 자루를 보면서 이순신이 하는 말입니다. 이처럼 이순신은 적군과의 대결뿐 아니라 임금 및 조정과의 대치 해야하는 고뇌와 시대적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나의 정치적 상징성과 나의 군사를 바꿀 수는 없었다. 내가 가진 한움큼의 조선이 전부였다. 나는 임금의 장난감을 바칠 수 없는 나 자신의 무력을 한탄했다.” 선조의 섬세하지만 나약한 면모, 임금의 나약과 나약하기에 비열해질 수 있었기에 김덕령, 곽재우 의병장을 잃게도 했습니다



독자가 자랐던 시대에는 어릴적 위인전을 많이 읽고 자랐습니다.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도 위인전을 많이 읽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렇게 위인을 보고 자랐고 성장했습니다. 세상을 빠르게 돌아가고 첨단과학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에게 어릴적 위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오래도록 소장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순신의 업적과 내면의 성격까지 막힘없이 잘 읽히는 내용이 출간된 책 중에 <칼의 노래>를 독자는 가장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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