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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살인 ㅣ 첩혈쌍녀
아라키 아카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2월
평점 :

앞으로 두 달뒤 세계가 멸망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세상 끝의 살인>은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을 하며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하며 지구의 멸망을 예견하면서 시작됩니다.
이제 곧 멸망을 앞둔 세게는 행성이 격돌하는 지점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리 피난하려는 이들과 어차피 죽을 것으로 희망이 없다면서 비관하는 자살자들로 세상을 아비규환에 휩싸이게 됩니다.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위급한 상황에 한 사람이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운전학원 차향 트렁크에서 시체를 발견하게 됩니다. 지구가 멸망하는 와중에 누구나 똑같이 죽을 위기에 과연 누가 사람을 살해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살인범을 잡자고 나서는 사람도 생겨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범인을 잡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아직 살아남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동행하며 며칠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내용입니다.
멸망해가는 세계에서 시작된 두 여자의 마지막 수사!
인간의 역사는 종말론의 역사라고도 볼수 있다고 합니다. 과거의 종말론자들이 말하는 지구의 종말은 모두 그릇된 생각이었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를 비롯한 예언자들은 언제나 이번만은 다르다며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가는 자유인들이고 집단 지성이 문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종말론적 걱정이 없다면 인류는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살기 좋은 시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적으로나 지구가 나빠지고 있기에 기후 종말론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자살하고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여섯 살 어린 남동생과 지내는 자신의 불우한 가정사를 학원강사에게 털어놓는 와중에 산속에서 나는 자극적인 악취 뚜둑!하며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자동차 보닛에 떨어진 것은 어린 남자의 시체였습니다. 그 순간 하루는 들보에 매달린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온세상이 무법천지인 판국에 누가 운전 따위에 신경을 쓴다고 운전면허 학원을 찾은 하루, 그리고 닫혀있던 트렁크 속에 낯선 여성이 팔다리를 잔뜩 웅크린 자세로 숨이 끊어진 상태로 누워있었습니다.이사가와 강사는 ‘타살’이야 라고 말하며 범인은 누구일까 교습차량 트렁크에 어떻게 사체를 넣었을까? 놀라운 통찰력으로 추리해 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역시 초반부터 남달랐던 이사가와 강사는 전직 경찰이었습니다.

“거리에 아무도 없는데도 증거 인멸을 꾀하다니. 일단 비열하고 소심한 자야. 나 같은 사람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살인범을 추적하며 다니는 인간이 너무나 무서운 거지. 내가 잡아내겠어.” ---p.59
지구가 멸망하는 와중에 운전학원 이사가와 강사와 학생인 하루는 23세가 살인사건에 휘말린다는 설정과 극한의 절망적인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꼭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세상 끝의 살인>은 23살의 젊은 작가 아라키 아카네의 작품으로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 에도가와 란포 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작품입니다. “그나마 지금의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신뢰”라는 작가의 의지의 표현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책의 엔딩 크레딧>을 읽은 독자라면 이 작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차기작을 기다리는 작가입니다. 작은곰자리 유성군의 활동이 최대치에 달한 위험한 금요일 무슨일이 벌어질까 제목과 다르게 암울하거나 어둡지 않는 작품으로 흥미로운 소설임에 틀림없습니다. 명문장을 꼽는다면 “인생 마지막 말은 무엇으로 할래?” 로 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