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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전 시집 : 카페 프란스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ㅣ 전 시집
정지용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모두가 아는 노래이자 독자가 좋아하는 ‘시’중 하나입니다. 이동원, 박인수가 불러 유명한 ‘향수’의 시인 정지용은 윤동주가 가장 존경한 시인이자 일본 도시샤대학의 선배라고 합니다. 이번 스타북스에서 출간된 『정지용 전 시집』 은 새로 발굴하여 수록한 시집의 최종 완결판이라고 합니다. 전통의 서정성과 이국정취,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운 정지용만의 시의 세계에 들어가 봅니다.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 하야 꼬리 치날리여 세우고 죵죵 다리 깟칠한 산새 걸음거리. 여울지여 수척한 흰 물살, 갈갈히 손가락 펴고.멎은 듯 새삼 돋는 비ㅅ 낯. 붉은 닢 닢 소란히 밟고 간다. 이 시는 독자가 좋아하는 시 <비>입니다. 이 시는 비가 내린는 풍경을 시각적인 흐름에 따라 쓴 시로 소소리 바람은 회오리 바람, 비ㅅ낯은 빗방울 이라고 합니다. 돌에 그늘이 찬다 로 시작되는 시는 읽을 때마다 비가 오는 풍경이 연상 됩니다. 정지용 시인은 방언이나 고어, 혹은 신조어를 시에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검색을 해 보면 교과서, 논문, 출간된 시집마다 다르게 표현이 되어있다고 합니다. 이 시집은 단어의 뜻이 같이 각주에 실려 있어서 독자가 시를 읽으면서 일일이 찾아보는 번거로움이 없어 읽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눈 머금은 구름 새로 한달이 흐르고의 <밤>, 얼골하나 야 손바닥 둘 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의 <호수> 그밖에도 장수산, 진달래, 별 등 자연을 노래한 시가 많이 실려 있습니다. 한때 남북인지 월북인지 불분명해 그의 작품은 오랫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고 출간되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1982년 유족과 원로 문인들, 학계가 중심이 되어 1988년7월19일 해금조치와 함께 그의 모든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되었지만 그의 시를 읽어보면 요즘시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정지용 시인은 1950년 49세의 나이로 6.25 당시 정치보위부에 의해 남북되어 평양감옥에 이광수, 계장순 등과 함께 갇혔다가 폭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 묻힐뻔한 작품들을 찾아 이렇게 한권의 시집으로 담아내어 출간된 책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어릴 적에는 시집 한권은 꼭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읽기도 하고 예쁜 편지지에 시를 적기도 했고 또 꽤나 장문의 시들도 많이 외우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선물로 책을 많이 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먹고는 이런저런 이유와 핑개로 시 한편 읽기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나 자신에게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같은 일상에 바쁘고 각박한 요즘 같은 세상에 오히려 시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