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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
펄 벅 지음, 안정효 옮김 / 문예출판사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의 중국 사회를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는 유명 작품 <대지>는 펄벅의 작품으로 1892년에 태어난 펄 벅은 생후 3개월만에 중국 선교에 나선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이주합니다. 그 후로 20살때까지 중국에 거주하면서 당시 중국의 사회상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중국으로 되돌아와서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펄 벅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못했고 그것이 그녀로 하여금 글쓰는 일에 집중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퍽벅은 대지로 인해서 미국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193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그 이후에 남편과 이별한 펄 벅은 미국으로 돌아와 인권운동가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에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작품 <살아있는 갈대> 등 여러 작품 남겼다고 하니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큰 집 사람들에게는 이 한 줌의 흙이 아무런 의미도 없을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가!” ---p.77
이 작품은 왕룽 일가 3대의 이야기로 부자 관계로서 왕룽과 왕후, 황후와 왕옌의 관계는 일종의 애증의 관계처럼 보입니다. 예전의 우리 부모가 그랬듯 아버지로서 왕룽과 왕후는 아들인 왕후와 왕옌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을 따르라고 강요합니다. 왕룽은 황후가 자신처럼 농부가 될길 바라고 왕후는 왕엔이 자신처럼 군인이 될길 바라죠. 하지만 왕후와 왕옌 모두 아버지의 방식을 떠나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부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식에게 자신의 방식을 따르라고 조언하거나 심지어 강요 하지만 부모의 말을 그대로 따르는 자식은 요즘엔 사실 거의 없다고 봅니다. 어쩌면 자식들에게 부모는 자신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존재처럼 보일 것입니다. 왕옌은 아버지 왕후에 대해 이렇게 느끼죠.
“젊은 사람들이 다리에 통나무를 묶어 빨리 달리지 못하게 하는 구세대의 몰인정한 권리에 대해 옌의 마음은 심한 반발을 느꼈다.”
이렇게 보면 부모와 자식 사이는 갈등 관계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자식들은 부모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생각 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자기 삶 속에 부모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태어나서 자라고 성장해 가면서 계속 곁에서 보아온 것과 또 유전자의 영향인지 모르지만 부모의 모습을 많이 닮는게 현실입니다. 왕옌은 강압적인 아버지 왕후에 대한 반발심이 있었고 자신의 아버지의 기질을 이어받았음을 느낍니다. 이는 왕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소설 속에 왕룽, 왕후, 왕옌 3대가 공유하는 기질은 바로 대지에 대한 애착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들의 토지 사랑은 종류가 다를 뿐 본질은 같은 것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자식에게 있어 부모란 극복하고 싶은 존재이지만 자기 속에 그들의 모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끝내 극복하지 못하는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 속에 왕후의 마음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아버지와 자기 아들을 생각하고 있으니 왕후는 긴 생명의 연쇄 속에서 자기가 한 자기 차지한 것을 느꼈다. 이제는 그 전처럼 자기 혼자 남겨진 것처럼 고독하지 않았다.”
대지는 오래전에 읽어서 줄거리만 얼핏 기억이 나는 정도 였습니다. 다른 출판사로 읽어 보려고 했으나 소장하고 있는 책으로 다시 좀더 깊이 있게 읽어 보았습니다. 줄거리는 왕룽 일가 3대의 이야기 이지만 저자는 미국인이면서도 중국 사회와 중국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도 깊어 놀랍습니다. 중국 사람이 쓴 소설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습니다. 분량이 길고 문장이 긴 호흡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완독에 시간이 걸리는 작품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근대 이야기이기에 공감이 많이 가기도 했고 또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이유 불문하고 서로 통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소설, 단편, 수필, 아동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작을 한 작가의 작품입니다. 왕룽이라는 한 농부의 삶을 통해 중국 대륙과 중국인의 삶을 느끼고 또 우리의 삶도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