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화 12 :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에피고오니 - 정재승 추천, 뇌과학을 중심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로 신화읽기 그리스·로마 신화 12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정재승 추천 / 파랑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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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월 그리스 로마 신화 1권 권력을 시작으로 그동안 12가지 키워드로 만났던 그리스 로마신화 시리즈의 마지막 1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12권에서는 독립이라는 개념으로 찾아왔습니다. 시리즈가 끝난다니 독자로서는 많이 아쉽습니다.

 

오이디푸스의 운명은 그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 로마를 읽으면서 어쩌면 가장 안타까운 주인공입니다. 라이오스가 피사의 왕 펠롭스의 손님으로 갔을 때 그는 펩롭스의 잘생긴 아들 크리시포스를 꾀어 나쁜 짓을 하려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 라이오스는 끔찍한 저주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크리시포스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아들을 잃은 펠롭스는 억누를 수 없는 슬픔으로 사납게 외칩니다. “라브다코스의 아들아, 내 아들을 죽인 것은 바로너다. 그러니 너는 절대로 아들을 낳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나와 같은 아들 없는 고통을 맛보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에게는 남의 호의를 그토록 비열하게 짓밟은데 대한 대가를 치를 날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게 인생이라지만 테베 백성들과 아무죄도 없는 아들 오이디푸스는 이렇게 해서 억울한 인생을 삽니다.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아들은 어머니 이오카스테의 욕망으로 태어나지만 이해하지 못할 라이오스는 맹수들에게 잡아먹히도록 기타이론산 기슭에 아이를 버리라고 하네요. 거부할 수 없이 밀어닥치는 기구한 운명 앞에 선 인간들이 각각 어떤 다른 태도로 맞서는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결말은 얼마나 극명히 다른지를 보여줍니다. 아버지의 눈이 되어 끝까지 함께하는 안티고네와 이스메네 자매가 있다면 반대로 아버지가 번영시킨 테베 왕국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일으킨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 형제도 있습니다. 이는 같은 상황에 처한 인간들의 다른 태도를 극명히 대비시키는 서사입니다.

 


 

오이디푸스왕의 딸 안티노게는이스메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묻어주고 산채로 무덤에 감금된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여동생 이스메네 또한 자살합니다. 모든 것이 신탁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참 재미없는 인생일 것입니다. 딸들에 이어 아들들도 팔자가 기구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쌍둥이 형제의 경우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가 1년씩 번갈아가며 테베를 통치하기로 했는데, 에테오클레스가 이를 어기고 왕위를 내놓지 않저 폴리네이케스는 아르고스로 가서 아드라스토스의 사위가 되고, 군사를 빌려 테베를 침공하고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테베를 차지하려고 영웅들을 모아 싸우다가 동시에 죽어버립니다. 정말 막장 집안입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적대시하고 어머니를 좋아하는 본능으로 어머니에 대한 무의식적인 배타적 사랑의 노이로제를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향해 혼자서 가야한다는 오이디푸스의 말에 공감합니다. 매일매일 나의 시중을 들어야 하는 무거운 짐을 벗고 끈질기에 나를 쫓아 다니던 신들에게서 벗어나 죽음의 고통없이 두발로 걸어 저승으로 가는 길엔 무덤도, 슬퍼할 이유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양치기가 코린토스 왕 부부에게 아이를 주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정말 신탁대로 자식을 낳지 않았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이었지만 참으로 불행한 왕이었습니다. 우리가 만약 언제 죽게 된다는 시한부 사실을 알고 있다면 남은 인생을 보다 알차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소문과 음해로 오이디푸스를 푸대접하던 아테네 군중들과는 달리 그의 딱한 운명에 귀 기울이고 저승길 앞까지 동행한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에피고오니의 승리로 테베의 새로운 지도자가 정해지고 신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오이디푸스의 비극 속에서 얽히고설킨 가족들의 이야기는 파국을 맞지만, 이를 읽는 독자들의 내면은 몰라보게 성장할 것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모든 서사는, 자아를 독립하고 세상을 향해 모험의 첫발을 딛게 하는 원동력이다.

 

 

 

신이나 인간이나 신화 속에서 겪는 숱한 시련은 모두 성장과 독립으로 가는 통과의례라고 합니다. 그리스·로마 신들과 함께 운명을 피하려는 사투가 오히려 진흙탕 같은 운명 속으로 인간을 끌어들입니다. 오이디푸스의 처절한 이야기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보아도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한 우리 인간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리스·로마 신화는 결국 모험을 통해 성장하고 독립하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또 교훈을 줍니다. 지난 16202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습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시험을 통해 어른으로 성인으로 당당히 독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 12권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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