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꼭두각시

운명의 꼭두각시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연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여기 운명의 소용돌이에 속절없이 휘말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운명의 꼭두각시>는 아일랜드 소도시 페르모이, 킬네이라 불리는 저택에 사는 퀸턴가(家)의 이야기로 때는 19세기 초 영국 여성과 아일랜드 남성이 만나 이룬 퀸턴가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국경을 넘는 사랑으로 대를 이어 존속하는데 잔혹한 운명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내용입니다.

악명 높은 블랙 앤드 탠즈가 첩자의 죽음에 대한 보복으로 한밤중 킬네이를 급습하고 끔찍한 학살이 자행됩니다. 겨우 아홉 살이던 주인공 윌리 퀸턴은 여동생과 아버지, 퀸턴가의 사람들 전부를 잃고 폐허가 된 킬네이에서 도망쳐 알코올중독자인 어머니와 불안한 생활을 이어갑니다.

“그게 모든 것의 끝이어야 했어.”

난 킬네이의 비극은 완전히 끝났다고 내내 생각했다. 날마다 그 비극을 상기시키던 미스 할리웰도 없고 저녁마다 잘 자라고 인사를 나누는 어머니도 없었다.---p.131

끝나지 않는 악몽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가던 윌리는 어느 날 찾아온 영국인 외사촌 메리앤을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집니다. 반복되는 운명의 장난, 운명의 꼭두각시들 속에서 윌리는 메리앤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단지 사랑했을 뿐인데 몰락해버린 한 가문의 이야기는 잔혹한 운명을 향한 애절하고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소설은 1918년 아일랜드 독립전쟁과 내전을 배경으로 시작하며 가슴아픈 역사를 통해 갑작스럽게 집이 불타 버리고 가정이 파괴되는 가운데 놓인 영국여성과 아일랜드 남성이 이룬 퀸턴가의 운명적인 비극사를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가혹한 운명 앞에 어떤 위로나 용서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퀸터가가 묻힌 자리는 그들이 살았던 삶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어떤 죽음을 맞았든 평안함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출판사 제공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