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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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아니라 사과를 준비해야겠어.” (, 정희)

 

제각각인 4인 가족의 이야기<그리고 봄>세 여자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혁명가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의 삶을 재현하며 요산김정한문학상, 허균문학상, 노근리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했던 작가 조선희가 5년여 만에 신작 장편소설 그리고 봄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찾아왔습니다. 한 가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한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여기 이제는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꼰대가 되어버린 전직 교수 출신 아버지 영한, 이명을 앓고 사는 전직 기자 출신 엄마 정희, 튀르키예 출신 동성 애인과 독일로 훌쩍 떠나버린 딸 하민, 그리고 망해버린 인디 밴드의 일원이었던 아들 동민이 있습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44각 가족 이야기에 다소 놀라거나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핵가족 시대, 출산율 저하로 4인 가족도 요즘엔 많이 보기 어렵습니다. 자녀가 성장해 성인이 되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는 일도 보기 드문일입니다. 아들 동민이 밴드를 한다고 집을 나가고 딸 하민은 흩어졌던 4인 가족을 식탁에 모이게 하면서 불편했던 지난 아빠와 아들 사이의 화해를 주선하기 위한 자리를 어렵게 만듭니다. 하지만 하민은 뜻밖의 결혼발표에 국제결혼과 커밍아웃 세 개의 뇌관이 연쇠 폭발하면서 엄마 정희는 말합니다. “4인 가족이 이렇게 제각각인데 대통령은 어떻게 하나, 나라를 가지런히 운영하는건 당최 불가능한거지.” 정희네 4인 가족은 정치 성향은 달라도 종교 취향은 일치해 모두 무신론자입니다. 하지만 정희는 이스탄불의 튀르키에 출신 동성 엘리사와 결혼을 하겠다니 놀라운 폭탄 선언한 가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한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우리 맘대로 끌고 있잖아. 우리는 좋은 부모였다고 잘난 척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압제 밑에서 신음했을 수도 있지 않겠어? -정희 <>

 

편하고 익숙한 장소로 돌아온 기분, 자동항법장치가 안내하는 항로로 되돌아온 파일럿의 안도감이 아니라면 더 어찌해 볼 수 없는 일 앞에서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것 ”-하민 <여름>

 

연인과 함께 있는 것, 멀리 떠나는 것,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 결정을 한다는 것, 자신의 결정을 수용하라고 식구들에게 요구하는 것, 자기 쓸 돈을 벌고 있으니까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 동민<가을>

 

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 영한<겨울>

 

사람한테 잔인하게 하고 그게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은 사회가 되면 곤란한데. 가방끈은 길어지는데 사람들은 상스러워지고.” -정희 <그리고 봄>

 

 

그리고 봄은 봄 엄마 정희에서 여름 딸 하민, 가을 아이 동민, 마지막 겨울 영한에서 그리고 봄으로 정희는 다시 돌아옵니다. 이제는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꼰대가 되어버린 전직 교수 출신 아버지와 이명을 앓고 사는 전직 기자 출신 엄마, 튀르키예 출신 동성 애인과 독일로 훌쩍 떠나버린 딸, 그리고 망해버린 인디 밴드의 일원이었던 아들이 있다. 이들은 예전 서로 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미세한 금이 가 버린 접시처럼 관계와 내면에 파열선이 그어져 있다. 정치적인 문제로 맞부닥 뜨리고, 성 정체성과 진로, 이런저런 사회현상에도 의견이 과감없이 충돌합니다. 저자는 다행인 것은 이 가족이 아직 혐오의 단계까지 넘어가진 않았다는 것. 순환하는 계절을 바라보듯 서로의 처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지켜보려고 노력한다는 것, 그 점이 이 가족의 내일을 낙관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라고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좋은 것 같습니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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