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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3년 3월
평점 :

도스토옙스키는 학교를 마친 후 번역 작업을 하다가 1845년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대표문학 작품 <가난한 사람들>로 데뷔를 합니다. 이 작품을 읽어본 평론가 벨린스키가 ‘니콜라이 고골’이 다시 태어났다 라고 감탄했다고 합니다. 서간체 형식의 소설로 예술적 엄격함을 잘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도스토옙스키는 8개월의 감옥생활과 죽음, 사형의 순간까지 경험한 일생일대의 최악의 환경을 견디며 그는 작품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수많은 대작을 남겼습니다. 누구보다 <예언적>인 작가로 불리는 그는 정치, 경제, 사상, 윤리, 종교 ,과학 등 여러 영역의 문제들을 한 세기 앞서 심오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반드시 <백치>를 다시 읽게 될 것입니다.
도스토옙스키는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 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며 일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석영중 대가의 내공으로 쓴 <도스토옙스키의 철도,칼, 그림>은 치밀하게 얽힌 세 가지 철도, 칼,그림을 중심으로 풀어낸 작품<백치>의 해설 책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 소설로 꼽히는 백치는 작가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썼고 특별히 사랑했던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후기 대작 중 가장 서정적이지만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책을 통해 철도, 칼, 그림이 소설속 구조와 당대 러시아의 사회상을 알아보는데 흥미롭고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이미지는 도스토옙스키의 독특한 예술적 바라보기의 결과이자 그 예술적 바라보기를 소설 속에서 구현하는 미학적 구성 인자이다. ---p.65
철도와 칼은 기계의 이미지와 하나로 합쳐지고 그것은 지식인들 사이에 유용성, 진보등과 결합하는 이미지였다고 합니다. 철도, 칼, 그림은 상인, 살인범, 그리스도와 각각 연관되고 거기서 돈, 시간, 신앙의 테마가 창출되며 그로부터 다시 정치 경제학, 철학, 윤리학의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소설을 단지 스토리를 이어주는 것으로 가벼이 판단하면 큰 그림을 놓치게 된다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그 각각의 영역은 외관상 독자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꺼풀만 들춰 보면 놀라운 연결망의 조직이 드러납니다. 독자는 백치 물론 읽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정말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읽어야 한다는 걸 세삼 또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이미지의 작가라는 점에서 철도, 칼, 그림 외에도 서예, 사진, 백치의 주인공 미시킨의 타고난 서예의 재능을 예판친 장군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의 필체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두꺼운 피지에 중세 러시아어 필체로 ‘겸손한 수도원장 팝누티가 여기에 서명하다’라고 씁니다. 미시칸이 언급한 교본은 러시아어로 오브라즈라고 모범, 원형, 전범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허듯 작가는 글씨, 인간, 사물, 풍경 등을 작품 곳곳에 배치해 놓았지만 책을 읽은 독자는 이런 장면이 있었던가 하며 놓치고 지나간 것들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자 이제 백치를 다시 꺼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