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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오늘 아침 출근길은 제법 날씨가 서늘했습니다.
브람스 음악을 듣고 싶은 날입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구절이 그녀를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열일곱살 무렵 남자 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얼핏 대단해 보이지 않는 질문에 폴이 이처럼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된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시몽의 관심이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40살을 앞둔 폴은 한 번의 이혼을 겪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부터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는데 스스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이 바로 시몽의 이 질문이었던 겁니다. 그녀는 시몽의 이 단순한 질문에 자극을 받아 진지한 자기 성찰을 시작합니다.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브람스 음악을 좋아하냐 좋아하지 않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겁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독자는 저자 사강보다 제목에 끌려서 처음 읽게 된 책입니다. 좋은 기회에 재독을 하면서 주인공들의 심리를 눈여겨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점은 어쩌면 인간은 죽기까지 끝없이 자신을 찾아 헤메게 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폴이 시몽의 쪽지에 마음이 흔들린 이유는 시몽 자체의 매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잃었던 자신을 찾으라는 울림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겁니다. 이 소설의 제목이 의문형이 아니라 말줄임표로 끝나는 이유는 시몽의 질문보다 그 질문을 받은 폴의 내면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시몽으로부터 받은 질문을 폴이 계속 곱씹는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으로부터 온 울림은 로제에게서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폴이 그토록 흔들렸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강의 작품이 강조하는 것은 사랑의 영원성이 아니라 덧없음이다. ---p.162

프랑수아즈 사강은 현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몇해 전부터 사강의 작품이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저자가 1959년에 발표된 스물 네살에 쓴 소설입니다. 어리다면 어리고 적다면 적은 나이에 사강은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평소 내가 믿는 것은 열정뿐이다. 사랑은 2년 이상 안간다” 라고 말했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말처럼 사랑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폴이라는 이름의 여성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정확이 말하자면 폴의 연애 사건을 다룬 연애소설입니다. 작품 속 주인공 폴의 나이는 사십을 앞둔 서른 아홉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로제라는 이름의 5년차 애인이 있습니다. 이런 폴 앞에 젊고 잘생긴 시몽이라는 남자가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보다 10살이 넘게 많은 폴에게 빠져들죠. 사랑에 무슨 나이가 필요한가요. 그런가 하면 로제는 메지라는 이름의 매춘부와 바람도 납니다. 아름답고 행복할 때 사랑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작품처럼 외롭고 쓸쓸할 때 찾아오는 사랑은 위험하네요.
책 속에 이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이십 오년동안 이 선생에서 저 선생으로 옮겨다니며 줄곧 칭찬이나 꾸중을 받은 것 말고, 내가 도대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 그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겠다고 하는 각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폴 앞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이고 이는 그 대상이 굳이 폴이 아니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작품을 통해 사랑에 대해 진정한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기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