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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듀엣
김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계속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생사를 초월해 부르는 듀엣
“증오와 폭력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맛깔스러운 술상과 밥상은 차려지고, 정다운 사람들이 식탁 주위로 모여들어 담소를 나눈다.” ‘고스트 듀엣’은 김현 단편 소설집으로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시 「블로우잡Blow Job」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현 저자의 첫 소설집입니다.
듀엣 duet는 이중창, 이중주를 이르는 말로 『고스트 듀엣』은 초자연적 현상(귀신과 유령)과 SF적 소재(홀로그램과 가상현실)를 매개로 산 사람·죽은 사람의 만남과 과거·현재의 단단한 연결을 도모하며, 사회적 재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과 퀴어 청년(청소년)의 아슬아슬한 연애담을 다룹니다. 등장인물 각자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모여 듀엣이 되고 합창이 되어 진정한 애도와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작품 11편을 김현저자가 5년간 알차게 모은 소설집입니다.
“넘을 유, 고개 령”
“죽음의 고개를 넘어서 유령이구나. 아니지, 삶의 고개를 넘은 건가.
”우리는 버티고개를 넘었지.“
”힘들었지.“
---p74
고스트 듀엣은 상민과 현우가 매월 넷째 주 금요일 밤마다 유령들의 공연을 보러간 라이브 클럽의 이름이었습니다. 형우, 석찬, 상민, 주미 이렇게 넷은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상민의 집에 자주 모여 같이 영화보고, 음악 듣고, 밥 먹고,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고 잠들었습니다. 한 사람의 집을 한사람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자 집 이름은 ‘사루비아네’로 지었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존재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어 단신 역시 쉬이 눈 감지 말기를,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작전이라고 상민은 낮은 목소리로 읊조립니다. 형우가 떠나고 상민은 습관처럼 형우라면을 되뇌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건 남은 사람은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그의 죽음을 기억합니다.
빛을 통과한 손을, 아무것도 붙들지 못하고 허공에 떠 있는 손을 지켜봤다. ---p.83
『고스트 듀엣』 은 사람, 장소, 환대에서 사회는 산 자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고 죽은 자들 역시 사회 안에 자리를 가지고 있으며, 산 자들의 축제와 애도에는 죽은 자들도 초대된다고 말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인간의 생로병사를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살아서 못다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한권의 이야기로 탄생되어 훌륭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