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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하늘 아래, 아들과 함께 3000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3년 7월
평점 :

“1월 어느 날, 아직도 싱글 파파가 된 그날의 절망감을 잊을 수가 없다.”
---「첫 문장」
『냉정과 열정 사이(Blu)』의 작가 츠지 히토나리의 작품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코로나 이후’ 첫 에세이. 화려한 뮤지션이자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지만, 현실에서는 낯선 파리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 파파입니다. 아름다운 파리의 하늘 아래, 여행과 요리, 음악과 수다로 풀어가는 ‘찐’ 가족 서사시
먹는다는 것은 삶을 지탱하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아무리 바빠도 정성을 들여 제대로 음식을 만들고 요리하는 데 오롯이 그 시간을 쏟아낸 아빠이자 엄마의 역할도 하는 싱글 파파가 있습니다. 아들이 열 살 되던 해에 이혼을 하여 에세이는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대학생이 될 때까지 둘만의 소중한 시간이 담긴 ‘마음 여행 일기’입니다.
“하루하루는 나름대로 힘든 삶의 연속이지만 때로 하느님은 이렇게 깜짝 선물을 주시기도 한다. 인생의 80퍼센트는 힘들고 18퍼센트 정도는 그저 그런 것 같다. 나머지 2퍼센트를 나는 행복이라고 부른다. 깜짝 놀라게 행복한 것보다 그 정도가 좋다.”---p.18
단둘이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아들 방 침대위에서 ‘잉글리시맨 뉴욕’을 연주하는 아빠, 그리고 부자는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그리스, 영국, 덴마크, 체코, 터키, 헝가리,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등 EU권 주요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유럽과 인연을 맺습니다. 첫 날 리스본에서는 페르난도, 안토니오, 아르민도, 펠리페와 친해졌고 서로 뭔가 통하는게 있어 보였습니다.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전통음식 바칼라우도 맛보며 아들은 아빠가 참 재미있는 사람이며 좀 창피할때도 있지만 그게 아빠의 매력이라고 말합니다. 현지인 삶 속으로 들어가 보는게 진정한 여행이며 관광과 여행의 차이는 정해진 코스를 걷느냐, 자신의 길을 스스로 정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하고 아빠는 말합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 꼭 여행 같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쩌다 태어나서 불투명한 미래의 길을 찾아 다니는 여행 같은 인생을 걷게 되듯이 아들과 아빠는 비뚤어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나는 가족이란 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거 아닐끼?” ---p.237
참여할 수 있는 것,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것, 신뢰받는다는 것, 어른으로서 대우받는다는 것, 모든 게 아주 훌륭히 성장해가는 아들,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지만 그래도 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듣기 전에 스스로 나서서 생각하고 그 안에서 역할을 해내고 있는 아들이 대견합니다. 아빠는 아빠만의 시간을 즐기라는 아들 이제 둘은 가족의 소중함을 공기에 비유합니다.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존재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규칙이나 틀이 없는 둘만의 작은 가족입니다.
전근을 다녀야 했던 부모를 따라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살았던 삶, 파리에서 태어난 아들이 고향에서 자란 아들이 부러운 아빠, 이 책은 싱글 파파가 된 작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아들의 청소년 시절을 함께하며 가족과 삶에 대해서 생각한 내용을 담은 ‘성장 일기’입니다. 처음에 절망에 빠졌던 작가는, 때로는 일상 속의 요리와 가끔은 일상을 벗어난 여행을 통해 조금씩 아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 갑니다. 가족의 형태는 다르나 그 속에 가족 사랑은 더 끈끈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