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5 - 4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5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43권에서는 계명회 사건으로 잡혀간 사람 중 선우신, 유인성, 유인실, 오가타는 일찍 풀려났고 이후 길상이 출소하고 마지막 서의돈이 형기를 마치고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두만의 아버지 이평노인은 연로하여 돌아가시고 조용하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토지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씩 자의반 타의반으로 세상을 떠나가는 모습을 보니 인간사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두만의 집을 습격한 두 사내는 송관수와 서울 말씨에 젊은 남자는 소지감의 외사촌으로 형평사 운동에 가담했던 이범준이었습니다. 이도영의 집으로 간 손태산을 도와준 인물은 군자금 강탈사건에 가담한 양필구였습니다. 그는 이범준과 함께 일을 해왔으며 식자층인 그는 다소 냉소적인 일면이 없지 않았으나 심지가 굳고 능력 있는 일꾼이며 그날의 돈은 소지감과 해도사가 양편엔 갈라져서 릴레이식으로 옮겨 도솔암 일진이 보관했고 이범준과 양필구는 구례로 갔는데 윤필구의 집에 피신해 있다 서울로 갑니다. 송관수는 강쇠를 따라 통영 조병수 집에 묵기도 하며 일진과 함께 만주로 떠납니다. 그 옛날 독립운동은 이런 식으로 도 이루어졌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친일 귀족 조병오의 큰아들 조용하는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보도가 도하 신문에 실렸습니다. 첫눈에 연정을 느껴 임명희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상당한 위자료를 주고 조강지처까지 버리며 동생 찬하와 명희 사이를 질투하여 정신적으로 가학을 한 후 결국 명희와도 헤어지고 폐암을 비관해 오다가 스스로 목을 찔렀습니다.

 

대중이란 끝없이 인내하면서 변화에 대하여 성급하고 가슴에 맺혀 있으면서도 쉬이 체념하며 망각한다.---p.39

 

길상은 윤국이와 함께 뱃전에 서 있는 양현의 모습을 보면서 삼십 년도 더 되는 용이를 따라 오광대 구경 가던 그때 일을 참 좋았던 시절이었지.”라고 하면서 옛일을 생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좋았던 시절일 수가 없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동심을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짊어진 무거운 짐, 거추장스런 현재의 위치, 남들이 분명 부러워 할 만한 하인이 주인으로 변신하였고, 최참판댁 만석 삼림에 절색인 여자 서희를 배필로 얻어 양손에 떡이요,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고 말하겠지만 그것이 길상을 서글프게 했습니다.

 

 

 

스스로 택한 길을 후회한 적 없었으나 고통과 인내로 만주 일대. 연해주를 내왕할 때, 빙판과 설원은 삭풍 또한 혁명가, 독립투사로 실의에 빠질 때마다 서희와 두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삭막하고 격렬함에 빠져 들었습니다. 어린시절 자신의 자취를 향해, 격렬하게 살다간 김환, 윤보, 김훈장, 한조, 용이, 우관대사, 혜관스님, 윤씨부인, 봉순네, 월선이를 향한 그리움도 흐릅니다.

 

세상을 등지고 어느 산골에 가서 남 몰래 두 사람이 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한 남자와 한 여자로서, 민족이라는 굴레 같은 것 벗어던져 버리고 계급이라는 그따위 남의 일 관여치 말고 ...... 민족이란 도시 무엇인가. 이것에는 다분히 허식이 있다. 자애하는 이기심도 분명히 있다. 침해하는 쪽이나 침해당하는 쪽이나.’ ---p.84

 

친일귀족이기를 거부하나 독립 투사도 못되는 불행한 지식인 찬하는 형 용하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사랑했던 임명희를 포기하고 지도교수의 질녀인 노리코와 결혼하여 후미를 낳는데 그는 인실과 오카타의 사랑의 관찰자로 그들의 아이 쇼지를 키우자는 마음을 먹지만 노리코는 예상대로 완고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본질적으로 그것을 향해 있지만 실체를 파악할 순 없어. 어느 누구도, 진리다 진실이다 그 흔한 말들, 그러나 진실은 결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도 없고 발견되는 것도 아닌게야. 그게 바로 인간의 불행인지 모르지.” 노리코를 의식하지 못하고 너무 깊게 생각에 잠긴 찬하는 슬픔의 빛이 역력해 보입니다.

 

소속감도 본능이요, 자유 지향도 본능이다!

 

오가타는 하얼빈에서 무심히 떠나는 마차 속에 인실을 보았고 목청껏 불렀으나 인실을 태운 마차는 이미 시야 밖으로 사라지면서 안타까운 장면으로 15권의 막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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